대외 협상 창구는 한전으로 통일해 협상력을 높이되, 실제 계약은 양사가 공동으로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 내부 갈등의 소지를 뿌리 뽑겠다는 구상이다.
'따로 또 같이'의 비효율 끝낸다… 한전 주도 협상 체계 구축
산업통상자원부는 다음 달 중 김정관 장관과 김동철 한전 사장, 김회천 한수원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원전 수출 공기업 협력 협약'을 체결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자금 조달과 대외 협상에 강점이 있는 한전이 '수출 전면'에 서고, 기술력과 시공 경험이 풍부한 한수원이 이를 '내실 있게 보조'하는 유기적 결합이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기존의 '국가별 수주 분담제' 폐지다.
그동안 한전은 중동과 미국 등을, 한수원은 동유럽 지역 등을 나눠 맡아왔으나, 이 과정에서 정보 공유 미흡과 불필요한 경쟁이 경쟁력을 깎아먹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앞으로는 이러한 경계를 허물고 양사가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발굴할 수 있게 된다.
바라카의 교훈… '공동 주계약'으로 법적 분쟁 방지
정부가 이번에 '공동 주계약자' 방식을 도입하기로 한 것은 UAE 바라카 원전 건설 과정에서 겪은 뼈아픈 경험 때문이다.
바라카 원전은 최근 4호기까지 상업 운전에 들어갔지만, 한전과 한수원은 약 1조 4천억 원 규모의 추가 공사비 분담 문제를 놓고 현재까지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새로운 체계에서는 두 기관이 계약 초기부터 공동 책임을 지게 됨에 따라, 공사비 정산이나 설계 변경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내부 갈등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AI 열풍에 전력 수요 폭증… 글로벌 원전 시장 선점 박차
정부가 서둘러 교통정리에 나선 배경에는 급변하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 환경이 있다.
인공지능(AI) 산업 확대로 전 세계 전력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원전 시장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한미 경제 협력이 가시화되면서 미국 내 원전 건설 사업에 한국의 참여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산업부 관계자는 "내부 전열을 가다듬지 못해 수출 적기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통합이 근본 해결책" 목소리도… 향후 과제는
전문가들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더 근본적인 구조개편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창구 단일화는 진일보한 조치지만, 장기적으로는 한전과 한수원을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해 의사결정 구조를 일원화하는 것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수출 창구 일원화라는 승부수를 던진 정부의 이번 개편안이 'K-원전'의 제2 도약을 이끄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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