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관가와 국회에 따르면, 이혜훈 후보자의 임명 여부를 놓고 용산 대통령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청문회 전까지만 해도 보수 인사를 등용한 ‘통합’ 상징성에 무게가 실렸으나, 청문회 과정에서 터져 나온 의혹들이 국민적 정서를 심각하게 자극했기 때문이다.
특히 ‘장남의 연세대 입학 특혜’ 의혹은 입시 공정성이라는 민감한 고리를 건드렸다. 4선 의원 출신 시아버지의 훈장을 내세워 ‘사회기여자 전형’으로 합격한 과정에 배우자의 영향력이 행사됐다는 의심이 짙다.
부동산 의혹 역시 치명적이다. 수십억 원대 반포 원펜타스 아파트 청약 당첨 과정에서 장남 부부의 ‘위장 미혼’ 의혹이 제기됐으나, 이 후보자 측은 “장남이 곧바로 파혼 위기라 혼인신고를 못 한 것”이라는 황당한 해명을 내놓아 의원들의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더라도 가시밭길이다. 전 부처의 예산을 조율하고 뼈를 깎는 지출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해야 할 ‘재정 컨트롤타워’ 수장이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기 때문이다.
강력한 정치적 권위가 필요한 재정 개혁의 특성상, 야당의 공세와 각 부처의 반발을 이겨내며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자칫하면 재정원 마련이라는 정권의 핵심 과제에 부담만 주는 ‘식물 장관’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그렇다고 지명을 철회하거나 자진 사퇴할 경우, 기획예산처는 출범 초부터 ‘수장 부재’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게 된다. 예산편성지침 마련과 재정전략회의 등 핵심 실무가 산적한 상황에서 장관급의 ‘톱다운(Top-down)’ 동력이 사라지면 주요 현안들이 줄줄이 정체될 수밖에 없다.
관가 내부에서는 “조직을 위해선 새 수장이 낫겠지만, 정책적 존재감을 확보해야 할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는 탄식이 나온다.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 속에 예산 편성을 주도했던 과거 정부의 기획예산처와 달리, 현 조직은 시작부터 생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기자 수첩] 실세 부처인가, 부실 부처인가
기획예산처의 부활은 효율적 재정 운용을 향한 정부의 강한 의지였다.
그러나 수장의 도덕적 흠결이 조직의 비전보다 앞서가는 현 상황은 불행하다. 임명이든 낙마든 기획예산처가 ‘이혜훈의 늪’에서 벗어나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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