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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용병은 비신사적 반칙”... 연구윤리 석학, 대학가 ‘지표 사냥’ 일침

로크만 메호(Lokman Meho) 베이루트 아메리칸대 교수 [베이루트 아메리칸대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타임뉴스=김용환 기자] “대학이 자체적인 연구 역량을 쌓는 대신, 외부의 실적을 쇼핑하듯 ‘지표를 수확’하는 방향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마주한 뼈아픈 현실이다.”

글로벌 연구윤리 권위자이자 계량서지학 분야의 석학인 로크만 메호(Lokman Meho) 베이루트 아메리칸대 교수는 6일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국내외 대학가에 만연한 ‘학술 용병’ 실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세계 대학 랭킹을 올리기 위해 외국 다작 연구자를 형식적으로 영입하는 행태를 두고 ‘비신사적인 시스템 기만’이라며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메호 교수는 2010년대 이후 대학 평가기관들의 영향력이 비대해지면서 학계의 본질이 훼손됐다고 진단했다. 

평가기관이 ‘국제 협력’ 지표를 강조하자, 대학들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인재 양성 대신 이미 실적이 검증된 외부 연구자와 손잡는 ‘손쉬운 길’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전략은 대학에 즉각적인 이득을 준다. 

평가기관이 논문에 병기된 모든 소속 기관의 실적을 인정하는 허점을 악용해, 연구자 한 명이 여러 대학에 이름을 올리는 ‘문어발 소속’을 장려하게 된다. 

결국 대학은 논문 실적 부풀리기를 통해 순위를 끌어올리는 ‘지표 사냥’에 매몰되게 된다.

메호 교수는 본질을 꿰뚫는 질문을 던졌다. “만약 대학 순위와 지표가 존재하지 않았더라도 이런 관행이 생겨났겠느냐”며, “대답이 ‘아니오’라면 그 대학의 행동은 학문적 열정이 아닌 인센티브에 의한 ‘영혼 없는 전략’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메호 교수는 이러한 행태를 ‘의심스러운 연구 관행(QRP·Questionable Research Practices)’으로 규정했다. 

데이터 조작처럼 명백한 범죄는 아닐지라도, 학계 시스템의 맹점을 교묘히 파고드는 행위라는 뜻이다.

그는 “표절이 스포츠의 도핑과 같다면, 실적 부풀리기를 위한 용병 기용은 ‘테크니컬 파울’(비신사적 반칙)에 해당한다”며 “이런 반칙이 반복되면 결국 학계 전체의 공정성과 신뢰가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메호 교수는 진정한 의미의 교원 소속 기준을 명확히 제시했다. 

연구 협력이 일시적이지 않아야 하며, 실제 교육과 학생 지도, 학사 행정 등 대학의 핵심 기능에 실질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1년에 단 며칠 방문하거나 원격으로 이름만 올리는 관계는 ‘교수’라기보다 ‘컨설팅 관계’에 가깝다”며 선을 그었다. 특히 ,기여도 없는 소속 기재 ,지표 상승을 노린 과도한 자기 인용 ,전략적인 저자 끼워넣기 등을 대표적인 ‘꼼수 패턴’으로 지목했다.

대학의 품격이 숫자가 아닌 연구의 진정성에서 나와야 한다는 메호 교수의 조언은 랭킹 지상주의에 빠진 우리 학계에 무거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김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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