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뉴스=안영한 기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구제역 등 이른바 ‘3대 가축전염병’이 국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산하며 축산 현장이 초토화되고 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이 3가지 전염병이 한꺼번에 발생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농림축산식품부의 방역 체계가 근본적으로 무너졌다는 비판이 거세다.
현재 국내 가축 전염병 상황은 2019년 ASF 국내 유입 이후 최악의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16일 농식품부 집계에 따르면, 각 질병의 피해 규모는 예년 수준을 압도하고 있다.
고병원성 AI: 이번 동절기 발생 건수가 56건을 돌파하며 산란계 98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이는 5년 만에 최대 규모로, 계란 가격은 1년 전보다 17%나 급등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올해 발생 건수는 22건으로 벌써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지난 7년간 연평균 발생(7.9건)의 3배에 달하는 속도다.
살처분 돼지만 15만 마리를 넘어섰다.
2025년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발생했다. 지난 1월 말 경기 고양과 인천 강화에서 확진되며 ‘청정국 지위’ 회복은커녕 한우 수출 전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사료서 ASF 유전자 검출… 방역 당국의 ‘안이함’이 키운 화(禍)
지난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농식품부의 부실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ASF 감염 돼지의 혈액이 섞인 사료가 유통된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은 “도축 후 혈액 검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감염된 혈액이 사료 원료로 쓰였다”며 “이것이 바로 방역망의 허점”이라고 질타했다.
실제로 올해 ASF는 경기·강원 접경지역을 넘어 충남, 전남, 경남 등 전국으로 확산했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인위적 유입’에 의한 전파로 보고 있다.
구제역 역시 ‘인재’ 성격이 짙다.
발생 농가들의 항체 양성률이 전국 평균보다 현저히 낮게 나타나며, 연 2회 의무인 백신 접종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음이 증명됐다.
조호성 전북대 교수는 “대형 농장 접종을 농가에만 맡기고 당국이 감독하지 않은 결과”라고 꼬집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대외적으로 한우 수출 확대를 강조해 왔으나, 현실은 냉혹하다.
2년 연속 구제역 발생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면서 비발생국으로의 육류 수출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처지다.
축산물 물가 역시 지난달 6%나 뛰며 서민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특별방역 대책 기간을 이달까지 연장하고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유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풍토병화 단계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가 섞여 나온다.
백신 도입 둘러싼 논란… 살처분 정책 한계 도달했나
고병원성 AI와 관련해서는 막대한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살처분 중심’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송옥주 의원은 “해외에 비해 백신 도입 검토가 너무 늦다”고 지적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이 우선”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방역 정책을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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