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뉴스=안영한 기자] 개인정보 보호 규제 강화로 ‘공룡 부처’가 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 퇴직 공무원들이 대형 로펌으로 잇따라 자리를 옮기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기업을 감시하던 ‘칼날’이 퇴직 후에는 기업을 방어하는 ‘방패’로 돌변하면서, 공직 윤리 훼손과 이해충돌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의원실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개인정보위가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된 이후 퇴직한 고위직 8명 중 7명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사를 통과했다.
특히 업계 1위인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비롯해 광장, 세종, 율촌 등 소위 ‘빅4’ 로펌에 안착한 인사가 두드러진다.
김앤장,, 최영진 전 부위원장, 전 개인정보보호정책과장
세종,, 윤종인 전 위원장, 전 법무감사담당관
광장·율촌,,: 진성철 전 조사2과장 등 실무 핵심 간부급
최영진 전 부위원장의 경우 퇴직 후 3년이 지난 시점에 취업해 심사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사실상 위원회 출범 초기 핵심 인물들이 대형 로펌의 ‘개인정보 팀’ 핵심 자원으로 흡수된 형국이다.
로펌들이 개인정보위 전관 영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최근 구글·메타(1,000억 원), 카카오(151억 원) 등 천문학적인 과징금 처분이 잇따르면서 기업들의 법률 대응 수요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텔레콤, KT, 쿠팡 등 대규모 정보 유출 사건의 대응 과정에는 예외 없이 전관이 포진한 로펌들이 이름을 올렸다.
비록 김앤장이 맡았던 구글·메타 및 카카오의 과징금 불복 소송 1심에서 패소하긴 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위원회의 조사 생리를 가장 잘 아는 전관의 존재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현행법상 퇴직 전 5년간의 업무 연관성을 따지게 되어 있지만, 로펌 재취업의 경우 ‘피감기관이 아니다’라는 논리로 심사를 통과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최근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가려던 조사총괄과장의 취업이 불승인되는 등 일부 제동이 걸리기도 했으나, 여전히 대다수가 재취업에 성공하며 ‘민관 유착’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보통신업계 관계자는 “조사 단계부터 전관이 있는 로펌을 선호하는 분위기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해충돌 논란이 거세지자 송경희 개인정보위원장은 지난 1월 전 직원에게 ‘특별 서신’을 보내 강력한 내부 단속에 나섰다.
쿠팡, KT 등 굵직한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퇴직자나 로펌 관계자와의 사적 접촉을 일절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조사 대상 기업이나 로펌 측의 연락을 철저히 차단하며 조사 공정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도적인 보완 없이 ‘개인의 도덕성’과 ‘내부 기강’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전관예우의 고리를 끊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개인정보위의 권한이 커질수록 퇴직자들의 ‘몸값’은 더욱 뛸 것이다.
규제 기관의 신뢰도를 지키기 위해서는 재취업 심사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퇴직 후 로펌에서 수행하는 실질적인 업무 내용을 상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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