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뉴스=권오원 기자]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국민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방안’에 대해 환자와 소비자 단체들이 “제약업계의 이해관계만 반영된 미온적 조치”라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약가 인하의 실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부실한 제약사들이 시장에서 버틸 수 있는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다.
30일 한국소비자연맹 등 4개 단체가 참여한 ‘의약주권 환자·소비자연대’는 성명을 통해 이번 개편안의 허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정부는 현재 오리지널 약값의 53.55%인 복제약(제네릭) 가격을 45%로 낮추기로 했으나, 시장 충격을 이유로 향후 10년간 단계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단체들은 “10년이라는 유예 기간은 시장 구조 개편을 무기한 늦추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특히 ‘준혁신형 제약기업’이라는 모호한 기준을 만들어 역량 없는 기업들이 연명할 길을 열어줬다”고 꼬집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역시 “최대 7년 이상의 유예를 주는 것은 환자들의 고통을 외면한 처사”라며 “불필요한 예외 규정을 축소하고 신속하게 약가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희귀질환 치료제의 등재 기간을 240일에서 100일 이내로 단축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정부가 치료 효과성이 입증된 약 사용을 유도해야 함에도 현행 검증체계를 무력화하려 한다”며 “효과가 불분명한 약이 건보 적용을 받을 경우 건강보험 재정 악화는 물론 환자 안전까지 위협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환자 단체들은 높은 약값의 근본 원인으로 ‘불법 리베이트’와 ‘제네릭 난립’을 지목했다.
실질적인 생산 시설이나 연구 역량 없이 위탁생산(OEM)과 리베이트 영업으로만 버티는 이른바 ‘유령 제약사’들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권용진 의약연대 정책위원장은 “복지부뿐만 아니라 공정위, 식약처가 공조해 불공정 처방 유인 행위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며 “직접 생산하지 않고 위탁생산만 하는 제약사들의 시장 퇴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제언했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제약산업 육성과 환자 권익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약가는 높은데 질은 떨어진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인 듯하다.
껍데기만 남은 제약사를 걸러내고, 그 혜택이 고스란히 환자의 약값 경감으로 이어지는 진정한 의미의 ‘약가 주권’ 회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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