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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트리거’가 겨눈 건 총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현실이었다

[기자수첩] ‘트리거’가 겨눈 건 총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현실이었다

[대전타임뉴스=홍대인 기자] 이번 추석 연휴, 기자는 늦은 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드라마 〈트리거〉를 직접 시청했다.

총기가 금기인 한국 사회에서 불법 총기가 퍼지는 혼란을 그린 작품이었지만, 시청을 마친 후 마음속에 남은 질문은 하나였다.

“이건 단순한 범죄극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아닌가."

‘왜 사람들은 방아쇠를 당기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사회 곳곳에 쌓인 불평등과 불신, 관계의 붕괴를 비춘다.

드라마의 세계는 허구지만, 그 배경은 통계 속 현실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이미 보이지 않는 방아쇠를 장전한 상태다.

교육부가 2025년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학생의 2.5%가 폭력 피해를 경험했다.

초등학교 5.0%, 중학교 2.1%, 고등학교 0.7%로, 피해가 낮은 연령층에서 두드러졌다.

폭력 유형은 언어폭력 39%, 집단따돌림 16%, 신체폭행 15% 순이었다. 이는 학교 공동체의 신뢰가 가장 먼저 붕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찰청 범죄분석 통계(2024)에 따르면, 가정폭력 신고는 23만6,647건, 하루 평균 648건이었다.

추석 연휴 5일 동안은 5,246건으로 평시보다 60% 이상 급증했다.

폭력의 대부분은 ‘가정 내부’에서 발생했다. 가정이 더 이상 보호막이 아니라, 스트레스와 불안이 폭발하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는 2023년 1만28건으로 처음 1만 건을 넘어섰다.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질환 산재 승인도 최근 5년간 675건이 집계됐다. 직장인 10명 중 3명이 괴롭힘을 경험했고, 절반 이상은 “신고해도 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한국노동연구원, 2024).

법과 제도는 마련됐지만, 권력의 비대칭을 줄이는 조직 문화 개선은 여전히 더디다.

통계청(2025년 2월)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은 7.0%, 확장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16.3%였다.

서울 원룸형 주택 평균 월세는 68만 원(보증금 1,000만 원 기준)으로, 청년 평균소득(월 약 246만 원)의 28%가 주거비로 빠져나간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0·30대의 주거비 부담률은 27.1%로 6년 새 8%포인트 상승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월세지원(월 최대 20만 원) 정책은 시행 중이나, 지원 규모와 기간의 한계가 지적된다.

‘희망’보다 ‘생존’이 먼저인 현실에서 청년들의 불안은 서서히 분노로 번지고 있다.

드라마 속 젊은 인물들이 선택의 벼랑 끝에서 방아쇠를 쥐는 장면은, 현실의 수치와 정교하게 겹쳤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2025)에 따르면, 소득 지니계수는 0.323, 소득 5분위 배율은 5.45배로 전년보다 격차가 확대됐다.

상위 20%와 하위 20% 간 소득 격차가 넓어지면서 체감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사회통합실태조사(2024)에서도 ‘사회가 공정하다’는 응답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 경제는 성장했지만, 신뢰는 후퇴했다.

결국 낮은 신뢰와 불평등이 개인의 분노를 내면에 축적시키고, 그것이 갈등으로 폭발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정부는 2025년부터 관계성 범죄 예방 종합대책을 시행하고, 지자체는 갈등관리위원회를 통해 현장 분쟁을 조정하고 있다.

학교폭력에는 회복적 교육 프로그램, 가정폭력에는 사전 모니터링, 직장에는 괴롭힘 조사 표준 매뉴얼을 도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말한다. “갈등을 줄이는 힘은 제도가 아니라 신뢰의 회복이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통합조사에서도 신뢰도가 높을수록 사회 공정성 인식이 높고 갈등 빈도가 낮았다.

학교에서의 경청, 가정에서의 대화, 직장에서의 존중이 일상화될 때 비로소 사회의 방아쇠는 잠긴다.

〈트리거〉 속 총은 상징이다.

학교의 따돌림, 가정의 폭력, 직장의 갑질, 청년의 불평등이 그 총의 실체다.

이번 추석 연휴 동안 드라마를 직접 보고 이 글을 쓰며, 기자는 ‘총을 든 이들’이 아닌 ‘총을 들게 만든 사회’를 떠올렸다.

총을 멈추는 힘은 법이 아니라 신뢰다.

서로를 듣고, 존중하고, 인정하는 일. 그 단순한 행동이 대한민국의 방아쇠를 멈추는 유일한 안전핀이다.
홍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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