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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는 대국민 쇼다…태안군수 “칭찬합시다” 뒤에 가려진 진실

[사설]지난 1월 14일, 태안군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게시판에는 이례적으로 가세로 태안군수의 선행을 소개하는 글이 올라왔다. 관용차에서 내려 길 가던 행인을 돕는 장면이 ‘훈훈한 미담’으로 전해지며 적지 않은 관심을 모았다.

[2026. 01. 14. 태안군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게제된 내용의 실제 사진]

그러나 본지는 해당 홍보사진과 당시 상황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그 이면에 가려진 맥락과 의도를 짚지 않을 수 없었다. 정치에서 가장 손쉬운 장르는 언제나 ‘쇼’다. 특히 정치 쇼는 가장 계산적이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연출이다.

2008년 전여옥 전 국회의원이 “정치는 대국민 쇼다"라고 지적하며, 카메라 앞의 분노와 뒤편의 계산을 대비시킨 바 있다. 그 말은 지금의 지방정치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본지가 입수한 제보 영상에 따르면, 문제의 ‘선행’ 장면은 우연한 미담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을 담고 있다. 가세로 군수는 원북면 방향에서 군청으로 복귀하던 중, 태안여고 담벼락 인근 차로변에서 관용차량을 급정차했다. 이후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 행인에게 접근해 가방을 대신 들어주며 담소를 나눴고, 이 과정에서 수행비서에게 사진 촬영을 지시하는 듯한 모습이 영상에 포착됐다.

해당 장소는 보행자 안전을 위해 인도가 설치된 구간이었음에도, 차로변에서 이 같은 행동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도로교통법상 보행자 보호 의무 이행 여부 논란도 제기된다. 만약 사고로 이어졌다면 중대한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더 주목할 지점은 시간적 맥락이다. 이 장면이 포착된 시각은 1월 14일 오후 2시 20분경. 불과 40분 뒤, 군의회 의장실에서는 설날 씨름대회 예산 삭감 문제와 관련한 ‘원포인트 임시회’ 구성을 둘러싼 비공개 협의가 진행됐다. 이후 19일, 예산은 2차 예결위 소집과 함께 단번에 승인됐다.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정확한 시점이다. 사전 선거 국면을 염두에 둔 이미지 관리용 장면이라는 의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앞서 신년 초에도 유사한 장면은 반복됐다. 혹한의 새벽, 환경미화원들을 집합시킨 뒤 진행된 환경정화 봉사활동 사진이 가세로 군수의 SNS에 게시됐다. 군수는 이들을 “유일하게 큰절을 올리는 직원"이라 치켜세우며 겸손을 강조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동원된 봉사’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2026년 신년 초 가세로 군수의 포스팅 페이스북 캡처]

겉으로는 낮은 자세, 실제로는 연출된 장면. 이 괴리는 반복되고 있다.

연두방문 역시 마찬가지다. 8개 읍·면을 순회하며 주민과의 대화를 표방했지만, 다수 주민들은 “실제 대화 상대는 이장단·관변단체장들이었고, 일반 주민은 배제됐다"고 입을 모은다. 대화가 아니라 관리였다는 지적이다.

정치는 종합예술이라 불린다. 그러나 고(故) 이주일 전 의원은 이를 두고 “코미디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했다. 연출과 진심이 뒤바뀐 정치의 본질을 꿰뚫은 말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의 행정은 쇼가 아니라 신뢰로 평가받아야 한다. 행정은 사진이 아니라 과정으로, 연출이 아니라 책임으로 남는다. 주민은 관객이 아니라 주권자다.

가세로 군정이 진정 ‘섬김 행정’을 말하고자 한다면, 카메라 앞의 순간보다 카메라 밖의 결정과 절차부터 돌아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오늘의 ‘칭찬합시다’는 내일의 불신으로 되돌아올 뿐이다.

이남열 기자 이남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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