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해 정초가 되면 선출직 공직자들은 국민과 주민 앞에 존경과 겸손의 뜻을 표한다는 의미로 큰절을 올리는 장면을 종종 연출한다. 이는 단순한 의례를 넘어, 공직자로서의 자세와 마음가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행위다.
지난 2024년 1월,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동훈은 부산을 찾아 시민들 앞에서 신발을 벗고 큰절을 올리며 진정성을 담은 모습을 보였다. 형식보다 태도가 먼저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울림을 남긴 장면이었다.
최근 태안군에서도 2026년 새해를 맞아 2주간에 걸쳐 8개 읍·면민과의 대화, 이른바 군수 연두방문이 진행됐다. 해마다 반복되는 공식 일정이지만, 이 자리에서도 군수와 읍·면장들은 주민에 대한 존경의 뜻을 표한다며 큰절을 올려왔다.
그러나 문제는 ‘큰절을 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태도와 자세로 했느냐’에 있다.
[태안관내 200여 명의 공개 단톡 비판 댓글 캡처]
지난 1월 남면 주민과의 대화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에 따르면, 가세로 군수는 오른손에 마이크를, 문경신 면장은 왼손에 휴대전화를 쥔 채 큰절을 하는 모습이 확인된다. 두 손을 비우고 몸과 마음을 낮추는 큰절의 본래 취지와는 거리가 있는 장면이다. 또한 신발을 착용한 상태에서의 큰절 역시 주민에 대한 예의로 적절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큰절은 형식적 동작이 아니라 마음의 표현이다. 옛말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작은 행동 하나가 그 사람의 인격과 품격을 가늠하게 한다는 뜻이다.
관내의 한 원로는 “군수의 태도가 이 정도라면 읍·면장들은 더 말할 것도 없지 않느냐"며 씁쓸함을 표했다. 이어 “초록은 동색이고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주민들의 이런 반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실망감의 표현으로 읽힌다.
평소 ‘섬김 행정’을 강조하고 ‘효도 군수’를 자처해 온 태안군 행정의 기조에 비춰볼 때, 이번 장면은 말과 행동 사이의 간극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스스로 ‘상머슴 군수’를 내세웠던 가세로 군수의 행정 철학과도 어긋나는 대목이다.
공직자의 말과 행동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 신뢰의 문제다. 언행은 그 자체로 인격이며, 태도는 곧 행정의 얼굴이다. 형식만 남고 진정성이 빠진 의례는 오히려 주민의 마음을 멀어지게 할 뿐이다.
군민의 존경은 연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낮은 자세, 비운 손, 그리고 진심 어린 태도에서 비롯된다. 새해를 맞아 태안군 공직사회가 이 점을 다시 한 번 깊이 성찰하길 바란다.
[태안군수 한 TV 체널 인터뷰 중 "의도적으로 무엇을 좀 소홀히 하고 이렇게 했던 것은 없는 것 같아요" 라는 발언 중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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