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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행동연합 논평] 정부 “1년 앞당긴 HVDC…선거의 시간인가, 자연의 시간인가”

[행동연합 논평]]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의 핵심 축인 초고압직류송전, 이른바 HVDC 구축이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 추진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배경을 둘러싼 해석이 분분하다. 공식적으로는 전력 수급 안정과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시점은 묘하다. 지방선거를 불과 앞둔 시기다.
[환경부 등록 사단법인 환경행동연합 김종훈 이사장 논평]

이 질문은 피하기 어렵다. 왜 지금인가. HVDC는 단순한 송전선이 아니다.

서해안 해상풍력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전기의 고속도로’다. 이 인프라가 완성되면 서해는 사실상 에너지 생산과 송전의 핵심 축으로 재편된다.

문제는 이 변화가 바다 위에서가 아니라, 바다 속에서 일어난다는 점이다.

해저 케이블은 설치 과정에서 해저를 교란한다. 퇴적물이 떠오르고, 바다는 흐려진다. 운영 단계에서는 열이 발생하고, 보이지 않는 전자기장이 형성된다. 각각의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그러나 서해의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이미 이 해역은 발전소 온배수와 대기오염, 퇴적물 축적이라는 ‘기존 압력’ 위에 놓여 있다. 여기에 HVDC까지 더해진다.

결국 서해는 지금 온배수 + 오염 퇴적물 + 해저 송전망이라는 세 겹의 구조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사업의 속도를 앞당기는 결정은 단순한 일정 조정이 아니다. 환경의 시간과 정책의 시간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자연은 속도를 내지 않는다. 특히 갯벌과 저서생물 중심의 서해 생태계는 회복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작은 변화도 누적되면 돌이킬 수 없는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정책은 속도를 낸다. 성과는 빠르게 드러나야 하고, 숫자로 기록되어야 한다. 발전 용량, 송전 거리, 투자 규모. 모두 눈에 보이는 지표다.

그러나 바다의 변화는 숫자로 즉시 나타나지 않는다. 그 대신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축적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이 사업은 얼마나 빠르게 완성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감당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아닌가.

더 우려되는 것은 평가 방식이다.

발전소는 따로, 풍력은 따로, 송전망은 따로 평가된다. 그러나 바다는 따로 반응하지 않는다.

모든 영향은 하나로 합쳐진다.

이 단순한 사실이 빠진 채 속도만 앞당겨질 경우, 결과는 예측 가능하다. 문제는 늦게 드러나고, 대응은 더 늦어진다.

서해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전기를 생산하는 공간으로 갈 것인가, 생명을 유지하는 바다로 남을 것인가. 지금의 결정이 단순한 정책 판단인지, 아니면 정치적 시간표와 맞물린 것인지는 시간이 지나면 드러날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하나다. 자연은 기록하지 않지만, 기억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결과를 되돌려준다. 

서해의 변화는 아직 통계로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미 신호가 쌓이고 있다.

패류 폐사, 어장 생산성 감소, 해역 간 격차 확대다. 이 신호를 무시한 채 속도를 높인다면, 그 다음에 오는 것은 개발의 성과가 아니라 자연의 반응일 수 있다.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의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지금 전기를 더 빨리 보내려는 것인가, 아니면 바다를 더 빨리 바꾸려는 것인가. 그 답은 아직 선택의 영역에 있다.

이남열 기자 이남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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