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타임뉴스=김동진 기자] 지난주 열린 미·중 정상회담의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 사이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위험이 한층 커졌다는 암울한 전망이 제기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을 '중국과의 협상 카드'로 취급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미국의 대만 방어 의지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Axios)는 1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핵심 조언자들의 말을 인용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중국을 '미국과 대등한 나라'로 격상시키려 하고 있으며, 그 최종 목적지는 대만 확보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트럼프 대통령의 한 조언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중(13~15일)은 대만이 앞으로 5년 안에 (중국의 침공 시나리오 등) 테이블 위에 오르게 될 가능성이 한결 커졌다는 신호를 준다"고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특히 대만 위기가 현실화될 경우 경제적 대재앙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은 자급자족과 거리가 한참 멀다. 만약 대만이 중국에 점령된다면 미국이 경제적으로 이를 대비할 방법이 없다. 글로벌 기업 CEO들과 미국 경제 전체에 있어 대만발 반도체 공급망 붕괴보다 더 다급한 문제는 없다."
미국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만 해협의 위기가 곧 미국 첨단 산업의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미 행정부 내부의 비관론은 정상회담 당시 시진핑 주석의 강경한 태도와 이에 호응한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발언에서 비롯됐다.
시 주석은 지난 14일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잘못 처리하면 양국은 충돌해 관계 전체를 매우 위험한 지경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미국에 강력한 경고장을 날렸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방중 직후인 15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좋은 협상 칩(Good bargaining chip)"이라고 규정하며 "미국이 무기를 팔 수도 있고, 팔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해 외교가에 큰 충격을 줬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매우 강력한 대국이고 대만은 매우 작은 섬"이라며, 지정학적 거리마저 지적했다.
중국 본토 ~ 대만: 약 59마일 (약 95km)
미국 본토 ~ 대만: 약 9,500마일 (약 1만 5,000km)
이 발언은 미국이 거리상·체급상 불리한 대만을 지키기 위해 무리하게 개입하지 않을 수 있다는 뉘앙스로 해석돼 대만 방기론에 불을 지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외교 안보 라인은 "미국의 기존 대만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외교 전문가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과거 미국 정부가 '중국과의 타협 대상이 아니다'라며 명확히 선을 그어왔던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국 경제·외교적 협상 카드'로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대만 정책의 본질적인 구조 변화를 의미한다.
국제 안보 관측통들은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대만에 대한 신규 무기 판매를 승인할지, 그리고 이미 승인된 무기들을 차질 없이 인도할지 여부가 트럼프의 진짜 대만 방어 의지를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의 '비즈니스식 외교 접근법'이 대만해협의 균형을 흔들면서 동아시아 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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