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단순히 규모가 큰 대형병원이 아니라, 생명이 위급한 중증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고 지역 의료의 핵심 거점 역할을 수행하는 병원을 엄선하기 위해 평가 잣대를 대대적으로 손질한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상급종합병원의 지정 및 평가 규정 일부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치료 역량 강화’와 ‘지역 의료 책임성’이다.
가장 큰 변화는 중환자실 운영 기준의 강화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는 주 5일, 하루 8시간 이상 반드시 현장에 근무해야 한다.
특히 근무 시간 중 타 업무 병행을 엄격히 금지하고 중환자실 인근 상주를 명시했다.
외래진료는 환자 안전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주 2일, 하루 4시간 이내)에서만 예외적으로 허용되며, 자리를 비울 시 대직 전문의 지정 비율을 철저히 관리해 진료 공백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지역별 의료 불균형 해소를 위해 진료권역 설정도 개편된다.
복지부는 환자들의 실제 병원 이용 패턴을 분석해 전국을 서울, 인천, 경기, 강원 등 14개 권역으로 세분화했다.
이를 통해 특정 지역에 상급종합병원이 쏠리는 현상을 막고, 거주지 인근에서도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지역 완결형’ 의료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평가 지표에서는 ‘경증 환자’ 비중을 줄이고 ‘중증·응급’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기존 외래 환자 비율 지표를 삭제하는 대신, 전문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 수용률과 경증 환자의 회송 실적을 주요 평가 항목으로 세웠다.
특히 ‘공공성 및 중증 응급의료’ 항목을 신설해 소아 응급 환자 수용 여부, 응급 환자 최종 치료 제공 실적 등을 점수에 직접 반영한다.
이는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된 ‘응급실 뺑뺑이’나 소아 진료 대란을 상급종합병원이 앞장서 해결하도록 유도하려는 조치다.
의료진의 숙련도 향상을 위한 기준도 마련됐다.
간호사 1인당 입원 환자 수 기준을 강화하고, 교육 전담 간호사 배치 여부를 평가에 도입했다.
반면,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임의로 병상을 늘린 병원에는 ‘5점 감점’이라는 강력한 페널티를 부여해 국가 의료 정책과의 보조를 맞추도록 했다.
이번 개정안은 대한민국 의료 전달체계의 비정상적인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바로잡고, 상급종합병원을 본연의 목적인 ‘고난도 중증 질환 치료’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돤다.
단순히 이름값에 안주하던 병원들에게는 위기가, 실질적인 치료 역량에 집중해온 지역 거점 병원들에게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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