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타임뉴스=홍대인 기자] 이응노 화백의 예술혼과 시대의 고독을 현대 작가들의 시선으로 풀어낸 기획전이 열린다. 대전고암미술문화재단 이응노미술관(관장 이갑재)은 오는 22일부터 6월 1일까지 36일간, 기획전 《고독; 문이 닫히고, 또 다른 문이 열릴 때》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역을 기반으로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현대미술 작가 4인의 참여로, ‘고독’을 창작과 존재의 근원으로 삼은 예술 세계를 조명한다. 기획전의 제목처럼 이번 전시는 문이 닫히는 고립의 순간에서 또 다른 가능성의 문이 열리는 예술의 힘에 주목한다. 특히 1967년 ‘동베를린 사건’에 연루되어 2년 반 동안 감옥에 수감된 이응노 화백이 남긴 회고록 속 “그림을 그리지 못했던 것이 가장 고통스러웠다"는 말은 이번 전시의 핵심 메시지로 작용한다. 예술과 고독, 존재와 침묵 사이의 간극을 통해, 오늘날 작가들이 느끼는 내면의 균열과 성찰을 담아낸다. 전시는 이응노미술관 본관 2·3·4전시실에서 진행되며, 김명주(도자·회화), 김병진(회화), 김윤경숙(설치), 박운화(판화) 등 4인의 작가가 참여해 총 30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2전시장에서는 조형성과 평화의 메시지를 주제로 한 김명주와 김병진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김명주는 도자조각과 회화를 통해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 생명과 소멸의 질문을 던진다. 반추상적 형상과 깊은 색감, 유약이 흐르는 표면 위에 드러나는 감성은 고요한 고독의 미학을 표현한다. 김병진은 전쟁과 폭력의 참혹함을 주제로 삼아, 수묵을 바탕으로 한 화면 위에 지장을 찍고 긁어낸 흔적으로 ‘평화를 위한 서명’이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던진다. 3전시장에서는 김윤경숙 작가가 설치미술을 통해 사회적 트라우마와 공동체의 연대를 다룬다. 빨간 비닐 테이프와 전구는 역사 속 희미하게 빛나는 연대의 순간들을 환기시키며, 고독한 개인의 경험이 집단적 공감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시각화한다. 4전시장에 마련된 박운화 작가의 공간은 일상의 기억과 감정을 서정적인 판화로 담아낸다. 전통 에칭 기법과 신콜레(Chine-Collé) 기법을 활용한 그의 작업은 시간 속에 침전된 내면의 감정들을 섬세하게 끌어올리며, 고요한 사유의 정원을 이룬다. 이갑재 이응노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이응노 화백이 격동의 시기를 통과하며 마주했던 예술과 고독에 대한 성찰을 현대 작가들과 연결해보는 시도"라며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고독을 창작의 씨앗으로 전환한 과정에서 관람객은 예술의 본질적 의미를 되짚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대와 환경은 달라졌지만, 예술가들이 마주하는 내면의 갈등과 고독은 여전히 깊은 울림을 준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는 고독을 단절이 아닌 창조의 공간으로 재정의하며, 미술관이 동시대 현대미술의 담론을 주도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새롭게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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