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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왜 우리는 국가 광의의 부채 D4를 봐야 하는가...

[사설] D4란 무엇인가. ‘지금 당장 갚지 않아도 되는 빚’까지 포함한 부채다. 일명D4(Broadly Defined Public Debt)는 정부가 공식 통계로 채택하지 않는 광의의 국가부채 개념이다.

정부는 늘 “국가 재정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한다.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부채(D3)는 2024년 말 기준 약 1,738조 원으로, GDP 대비 70% 안팎이다.
[광의의 부채 D4]

수치만 보면 아직은 버틸 수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숫자는 진실의 일부에 불과하다. 국민이 반드시 봐야 할 지표는 따로 있다. 바로 광의의 국가부채, 이른바 D4다.

여기에 국민연금·공무원연금·군인연금의 미적립 충당부채까지 포함하면 대한민국의 실제 국가부채는 약 4,632조 원, GDP 대비 181%에 달한다. 정부는 “연금 충당부채는 장래 분산 지급되므로 국가부채로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기술적으로는 맞을지 몰라도, 정치적으로는 가장 위험한 설명이다. 연금 충당부채는 가능성이 아니라 이미 약속된 지출이다.

지금 갚지 않는다고 해서 사라지는 빚이 아니다. 오히려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현실에서 이 부담은 시간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D4를 외면하면 재정 여력이 충분하다는 착시가 생기고, 그 틈을 타 선심성 지원금과 상품권 남발, 지방자치단체의 무책임한 재정 확장이 반복된다. 결국 부담은 미래 세대의 몫으로 넘어간다.

1997년 IMF 외환위기는 급작스러웠지만, 지금의 위기는 다르다.

천천히 진행되고 눈에 띄는 폭발은 없지만 피할 수 없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급성 위기는 대응이 가능하지만, 만성 위기는 방치될수록 치명적이다.

D4는 바로 이 만성 위기의 체온계다. 정치권이 D4를 말하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D4를 인정하는 순간 연금 개혁을 피할 수 없고, 연금 개혁은 표를 잃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숫자는 숨겨지고 문제는 다음 정부로 미뤄진다.

그러나 빚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D4는 공포를 조장하기 위한 숫자가 아니다. 정직해지기 위한 숫자다.

지금 무엇을 감당할 수 있고, 무엇을 포기해야 하며, 무엇을 더 이상 미루면 안 되는지를 알려주는 경고등이다.

숫자를 숨길수록 미래는 더 비싸진다. 정치가 외면하더라도 언론과 시민은 D4를 봐야 한다.

그것이 다음 세대를 빚의 인질로 만들지 않는 최소한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이남열 기자 이남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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