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뉴스 사람과세상]
[나를 내려놓을 때 세상은 다시 숨 쉰다]
요즘 세상은
모두가 살아남는 법만을 말합니다.
어떻게 더 지키고, 더 움켜쥐고, 더 유리해질 것인가를 묻습니다.
그러나 인류의 지혜는 오래전부터
전혀 다른 질문을 던져왔습니다.
“무엇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가.”
성서에는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있으나,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단순히 희생을 미화하는 말이 아닙니다.
홀로 남아 안전한 삶과
사라지는 대신 세상을 살리는 삶 사이의 선택을 묻는 질문입니다.
부처님께서도 같은 진리를 다른 언어로 말씀하셨습니다.
“나만을 위한 삶은 반드시 막히고,
모두를 향한 삶은 끝내 흐른다.”
연기(緣起)의 세계에서
혼자만 살겠다는 생각은 이미 길을 잃은 생각입니다.
존재는 홀로 서지 못하고,
서로를 살릴 때에만 살아갑니다.
씨앗은 땅속에서 썩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썩음은 소멸이 아니라 변화입니다.
낡은 형태가 무너질 때
비로소 새로운 생명이 자랄 공간이 생깁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낡은 습관, 낡은 욕심,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생각을 내려놓지 않으면
아무리 오래 살아도
한 알 그대로일 뿐입니다.
부처님은 이것을 소아(小我)를 버리고 대아(大我)로 나아가는 길이라 했고,
예수는 자기 십자가를 지는 길이라 불렀습니다.
이름은 달라도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겪는 혼란도
결국 같은 물음 앞에 서 있습니다.
— 책임을 미루고 안전 뒤에 숨을 것인가
— 불이익을 알면서도 먼저 짊어질 것인가
공동체가 무너질 때
누군가는 밀알처럼 땅속으로 들어가야
다음 세대가 숨을 쉽니다.
지도자란
말을 크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몫의 편안함을 먼저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입니다.
성숙이란
고통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고통을 회피하지 않는 힘입니다.
썩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씨앗처럼,
비난과 손해를 각오하고도
옳은 자리에 서는 사람이 있을 때
사회는 다시 싹을 틔웁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영웅이 아니라
한 알의 밀알이 될 줄 아는 자기희생의 용기입니다.
자기를 비우는 순간
세상은 그 자리에 길을 냅니다.
이것이
종교를 넘어
시대를 건너
언제나 유효했던
인류의 오래된 깨달음입니다.
영주 소백산
瑠璃本願寺
현담 규보 합장.
[규보
sibang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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