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타임뉴스=홍대인 기자]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강원특별자치도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2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합 특별법을 단독 의결했다. 목표는 2026년 7월 통합특별시 출범이다. 통합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있지만, 정작 통합을 지탱할 돈과 권한이 빠진 채 출범부터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특별법에는 정치권이 거론했던 최대 5조 원 규모 통합 지원금과 양도소득세 100% 이양 같은 핵심 재정 특례가 명시되지 않았다. 대부분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는 선언적 문구로 대체됐다. 민주당은 통합 체제를 먼저 만들고 이후 보완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방 행정의 현실은 출범 이후 보완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이미 보여주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가장 분명한 사례다. 2022년 출범 당시 특별자치도법은 23개 조문에 그쳤고, 환경·산림 등 핵심 권한은 상당 부분 빠진 상태였다. 결국 출범 직전인 2023년 5월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며 개정안 통과를 촉구해야 했다. 이후에도 권한 확보를 위한 개정 논의는 계속됐고, 2026년 들어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김 지사는 최근 3차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며 다시 삭발하고 천막 농성에 들어갔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에도 실질 권한 확보가 얼마나 험난한 과정을 거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강원도가 어렵게 확보한 환경영향평가 협의 권한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등 약 4조7000억 원 규모 사업 추진의 물꼬를 텄다. 성과는 분명했다. 그러나 도지사가 두 번의 천막 농성과 머리를 깎아야 했다는 현실은 또 다른 질문을 남긴다. 왜 출범 전에 담았어야 할 권한을 출범 이후 정치적 투쟁으로 확보해야 했는가다. 여기서 대전·충남 통합이 더 어려운 이유가 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기존 광역단체가 지위를 전환하며 권한을 확대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대전·충남 통합은 두 개의 광역단체를 하나로 합치는 구조다. 행정 조직, 재정 구조, 정책 우선순위, 지역 이해관계까지 모두 다시 조정해야 하는 훨씬 복잡한 작업이다. 광역단체 통합은 단순한 명칭 변경이나 권한 일부 확대가 아니다. 예산 배분, 산업 인프라 투자, 광역교통망 구축, 공공기관 재배치 등 충돌 가능성이 높은 과제가 동시에 얽혀 있다. 재정 특례가 법률에 명확히 담기지 않으면 통합특별시는 사업 추진 때마다 중앙정부를 찾아야 하고, 내부적으로는 지역 간 갈등이 커질 수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가 재정적 뒷받침 없는 통합은 ‘무늬만 통합’이 될 수 있다고 반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민주당은 통합 체제 출범 자체가 지역 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시급한 과제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쟁점은 통합 여부가 아니라, 충분한 준비 없이 출발하느냐의 문제다. 강원특별자치도의 경험은 분명한 경고다. 출범은 쉬워도 권한 확보는 쉽지 않았다. 그리고 대전·충남 통합은 그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구조 변화다. 준비되지 않은 출범은 더 큰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통합은 선언이 아니라 설계다. 이름을 먼저 합치고 내용을 나중에 채우는 방식은 이미 위험성을 보여줬다.
대전·충남 통합이 진짜 지방분권 모델이 되려면, 출범 이후가 아니라 출범 이전에 돈과 권한을 법조문에 분명히 담아야 한다. 강원의 삭발이 남긴 교훈은 그만큼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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