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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키즈 베토벤 바이러스 꿈꾸다

송파구에 사는 다문화 키즈들이 바이올린에 푹 빠졌다. 아직은 낯설고 서툴다. 그러나 국내 최고의 다문화 오케스트라로 우뚝 설 날을 꿈꾼다. 송파구다문화센터가 2010년 야심차게 시작한 다문화 키즈들의 유쾌한 바이올린 교실을 소개한다.



다문화 아동을 위한 바이올린교실은 매주 월·수·금 오후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12명의 다문화 키즈가 참여한다. 원래는 초등학교 1~6학년 대상. 큰언니 염혜림(오금중1) 양은 본인의 의사가 워낙 강력해 이례적으로 끼워줬다.

“바이올린 너무 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막 졸랐어요.” (염혜림)



덕분에 참가자 가운데 형제나 남매가 3팀이나 된다. 지난 2일 초등학생이 된 철우(토성초1)처럼 엄마를 성화에 못 이겨 온 경우도 있다. 8년 전 중국 상해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철우엄마 왕홍(32·풍납동) 씨는 “바이올린은 너무 가르치고 싶었는데, 이런 기회가 생겨 너무 좋다”고 밝혔다. 왕씨는 7km나 떨어진 풍납동에서 세살바기 철우동생까지 이끌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바이올린교실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12명의 천방지축 다문화 키즈들의 바이올린 수업이 가능하기까지 강마에(김명민 분)와 두루미(이지아 분)를 자청한 두 모녀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송파구다문화센터 다문화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나혜숙 팀장(43)과 딸인 김누리(서울예고1) 양이 바로 그 주인공. 다문화 키즈를 위한 바이올린 교실은 올해 오스트리아 비인국립음악대학에 진학한 누리양의 오빠와 누리 양 등 2명의 자녀를 음악영재로 훌륭하게 키워낸 나 팀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5살부터 바이올린을 잡아왔지만 올해 갓 예고에 입학한 누리 양도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다문화 아이들에게 예술교실을 시키고 싶다”는 엄마의 고민을 듣고 자원했다. 송파구다문화센터가 아직은 제대로 된 레슨비를 지불하며 바이올린 강사를 모셔올 정도로 넉넉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12대의 바이올린은 나 팀장 모녀의 얘기를 전해들은 송파구청이 예산을 전격적으로 지워해 줘 구입할 수 있었다.



아직도 앳되기만 한 여고생 누리 양은 성북구 정릉동 김양의 집에서 무려 1시간 거리의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온다. 학원수업 때문에 자원봉사도 쉽지 않은 여느 아이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처음이라 결코 쉽지 않지만 너무 재미있다”는 누리 양은 10살 때 스포츠투데이 베데스타콩쿨 은상 수상 이후 한음콩쿨 2등, 계원예고콩쿨 2등, 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 콩쿨 장려상 등 국내 각종 콩쿨을 휩쓸고 예술의전당 음악영재아카데미 영재콘서트와 서울바로크합주단아카데미 실기우수자콘서트 연주회 등을 가진 재원이다. 누리 양은 국내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임재홍·안지윤·유진섭 등에 사사 받았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엄마 나혜숙 팀장의 헌신적인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나 팀장의 경험이 국내 최초의 다문화 오케스트라를 견인하는 힘이 될 것이 분명하다. “바이올린을 직접 연주할 수는 없지만, 연습만큼은 잘 시킬 자신이 있다”는 나 팀장은 “바이올린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아직은 꿈같은 얘기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바이올린 교실이 웬만큼 자리가 잡히면 첼로, 클라리넷, 플룻 등을 합류해 제대로 된 오케스트라를 키우고 싶어요”



음악영재를 2명이나 길러낸 전형적인 헬리콥터맘인 나 팀장은 어떻게 다문화 키즈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을까? “아이들 뒷바라지에 바빴던 시기를 어느 정도 끝내고나니 이제는 제 인생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는 나 팀장은 3년 전 뒤늦게 사회복지 공부를 마치고, 송파로 오기 직전까지 북부종합사회복지관에서 다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녹여낼 프로그램으로 망설임 없이 다문화아동 예술교실을 선택했다. 이밖에도 이중 언어교실과 언어발달지원사업을 비롯다문화아동 작가교실·놀토교실·정서교실 등 2% 부족한 다문화 키즈들의 필요를 채워주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소외계층이 아니라 글로벌 시대 경쟁력 있는 세대로 각광받고 있는 다문화 키즈들의 유쾌한 실험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듯싶다.

임희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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