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과 개발이라는 팽팽한 평행선 속에 국무총리 소속 위원회가 어떤 중재안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가유산청은 서울시와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종묘 앞 재개발 사업에 대해 지난달 국무총리 소속 ‘행정협의조정위원회’ 안건 상정을 요청하는 공문을 제출했다고 10일 밝혔다.
행정협의조정위원회는 중앙부처와 지자체 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기구로, 위원회의 결정은 강제 이행력을 가진다. 국가유산청이 이 카드를 꺼내 든 것은 2022년 ‘김포 장릉 아파트’ 사태 이후 두 번째다.
갈등의 핵심은 건물의 ‘높이’와 ‘세계유산영향평가’ 이행 여부다.
쟁점 1 (높이): 2018년 당시 종로변 55m 수준으로 협의됐던 높이를 지난해 서울시가 최고 145m까지 대폭 상향하면서 경관 훼손 논란이 불거졌다.
쟁점 2 (영향평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는 작년에만 두 차례 서한을 보내 개발이 종묘에 미칠 영향을 평가할 것을 요청했다. 국가유산청은 국제 기준에 따른 영향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시는 일방적인 통합심의 절차를 밟고 있다는 게 국가유산청의 주장이다.
상황은 법적 공방으로까지 번지며 진흙탕 싸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세운4구역 주민대표회의는 사업 지연에 따른 책임을 물어 허민 국가유산청장을 비롯한 전·현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총 16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허민 청장은 “청장을 포함한 전 직원이 법령에 따라 성실히 업무에 임하고 있는데 소송 대상이 된 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소송과는 별개로 세계유산 보호와 양립 가능한 현명한 개발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묘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다. 1995년 한국 최초의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이유는 그 경건한 분위기와 주변 경관이 어우러진 독보적인 가치 때문이다. 서울시의 개발 논리도 일리가 있으나, 한번 무너진 세계유산의 경관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
행정협의조정위원회가 차기 위원 인선을 마치는 대로 본격적인 심의가 시작될 예정인 만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면서도 주민들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 제3의 해법이 절실한 시점이다.
댓글
댓글 기능은 준비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