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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원칙 깬 ‘석유 최고가 동결’… 재정 파탄·소비 폭발 ‘부메랑’ 우려

정부, 원칙 깬 ‘석유 최고가 동결’… 재정 파탄·소비 폭발 ‘부메랑’ 우려

3차 최고가격제 실시 첫날…기름값 상승세 지속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서울타임뉴스 = 한상우 기자] 정부가 국제유가 급등세에도 불구하고 3차 석유 최고가격을 이전 수준으로 묶어두기로 결정하면서 정책적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29년 만에 부활시킨 석유 최고가격제의 핵심 원칙인 ‘국제유가 연동’을 스스로 저버렸다는 비판과 함께,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이 국가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10일 0시부터 적용된 3차 석유 최고가격을 휘발유 L당 1,934원, 경유 1,923원 등으로 동결했다.

인상 요인 확실한데 ‘동결’… 무너진 연동 원칙

당초 시장에서는 3차 가격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최고가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이 최근 2주간 경유 23.7%, 등유 11.5% 등 폭등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민생 안정을 명분으로 ‘동결 카드’를 꺼내 들었다. 화물차와 택배 기사 등 생계형 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양기욱 산업부 실장은 “미·이란 휴전 합의로 유가가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커진 점과 물가 영향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4조 원’ 예비비로 정유사 손실 보전… 재정 압박 ‘눈덩이’

문제는 인위적인 가격 통제가 가져올 후폭풍이다. 

국제 유가 상승분을 시장 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발생하는 정유사의 막대한 손실은 결국 정부가 나랏돈으로 메꿔줘야 한다.

정부는 현재 4조 2,000억 원의 예비비를 확보해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유가 괴리가 커질수록 투입해야 할 재정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특히 경유 가격 동결 혜택이 외제차나 대형 SUV 등 비생계형 소비자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것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위기인데 기름 소비는 ‘역주행’… 에너지 절약 실종

더욱 심각한 부작용은 수요 관리에서 나타나고 있다. 

석유관리원 통계에 따르면,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에너지 위기 상황임에도 기름 소비는 오히려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3월 넷째 주 휘발유 판매량은 둘째 주 대비 24.7%나 급증했다.

정부가 가격을 억지로 짓누르다 보니 소비자들이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전 세계가 소비를 줄이며 위기에 대응하는 것과 정반대의 행보”라며 “최고가격제가 에너지 절약 신호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단기 처방에 그쳐야” 전문가들 정책 보완 촉구

에너지 전문가들은 석유 최고가격제가 물가 상승의 속도를 일시적으로 늦출 순 있지만, 장기화될 경우 재정 고갈과 물량 부족 등 심각한 시장 왜곡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정책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 가능성을 지적하며 세밀한 정책 보완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서민 경제를 살리겠다는 ‘착한 가격’ 정책이 자칫 국가 재정과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독배’가 되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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