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쇼트트랙은 그간 눈부신 성적 이면에 파벌 싸움과 고의 충돌 의혹 등 숱한 잡음에 시달려 왔다.
특히 2018 평창 대회 이후 불거진 의혹으로 팀의 주축인 심석희(서울시청)와 최민정(성남시청) 사이에는 깊은 골이 패였고, 이는 계주 경기에서 '터치 생략'이라는 기형적인 전략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변화가 감지됐다.
주장 최민정은 "대표팀의 일원으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다"며 먼저 손을 내밀었고, 심석희의 생일 파티에도 참석하며 팀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 역할을 자처했다.
15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3,000m 계주 준결승은 이들의 '화해'가 단순한 제스처가 아님을 실력으로 증명한 무대였다.
한국은 캐나다, 중국, 일본과 격돌했다. 승부처는 결승선을 10바퀴 남긴 지점이었다. 힘이 좋은 심석희가 전성기 시절의 파워로 최민정을 힘껏 밀어줬고, 폭발적인 가속도를 얻은 최민정은 순식간에 인코스를 파고들어 선두를 탈환했다.
레이스 후반 중국에 추월을 허용하며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심석희-최민정 콤비는 다시 한번 합을 맞췄다.
심석희의 강력한 푸시를 받은 최민정이 3바퀴를 남기고 재차 재역전에 성공했고, 마지막 주자 김길리가 여유 있게 선두를 지키며 결승 진출을 확정 지었다.
경기 후 네 명의 선수는 서로를 껴안으며 활짝 웃었다. 김택수 진천선수촌장이 공언했던 "역대 최고의 조직력"이 허언이 아님을 전 세계에 알린 순간이었다.
에이스 간의 신뢰 회복은 대표팀 전체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전문가들은 "체격이 좋은 심석희의 '밀어주기'와 몸이 가벼운 최민정의 '가속력'이 결합하는 정석적인 전술이 복구되면서 한국의 전력이 한층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 아미(ARMY)와 국민들의 응원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여자 대표팀의 3,000m 계주 결승전은 오는 19일에 열린다. 다시 한번 빙판 위에 함께 설 두 에이스의 발끝에 금빛 메달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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