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칼럼]유럽 뒷골목처럼 걷기 편하고 살기 좋은 영주 만들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영주시 후보들에게 드리는 제언. 16
김수종 | 기사입력 2017-12-26 15:34:54

김수종
[영주타임뉴스=김수종 칼럼] 개인적으로 궁궐보다 사람이 살고 있는 도시 뒷골목을 더 좋아한다. 사람이 살고 있는 것과 살지 않는 것에는 분명 온기와 정감이 다르기 때문이다. 조선궁궐은 해방 이후 대부분 복원되었지만, 왕실은 없어졌고 사람이 살지 않는 박제(剝製)화된 문화유산이다.

그런 곳에서 사람냄새와 감성을 느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나는 도시 뒷골목을 자주 찾고 좋아한다. 틈이 나는 대로 서울 종로, 중구, 성북구 골목을 거닐고 산책한다. 내가 살고 있는 성북구에도 집 근처에 오래된 한옥이 많고 골목이 나름 살아있다.

낡은 한옥을 개조한 치과에서부터 식당, 찻집, 최근에는 게스트하우스까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금도 곳곳에 단독주택이 많이 남아있어 걷기에도 좋다. 모 대학 건축과 교수의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재미난 내용이 나온다.

고층빌딩이 즐비한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서는 운동이나 산책하는 사람, 데이트를 즐기는 청춘들이 드물다. 그런데 가로수길, 명동 거리, 대학로, 종로, 홍대 앞거리에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구불구불한 강북 뒷골목은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일단 강남 테헤란로를 한 번 살펴보자. 사무실이 빼곡히 들어찬 고층 빌딩들만 즐비하다. 그곳이 생업터전이거나 특별한 볼일이 있지 않는 한 자주 방문할 일이 없다. 특별나게 구경할 것도 쇼핑할 만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 명동이나 홍대 거리를 보자. 일단 다양한 가게들이 늘어져있어 새로운 구경거리가 많다. 출입구도 많고 창문도 많고, 특이하고 멋진 가게도 보인다. 걸어 다니다가 배가 고프면 간단하게 먹을 만한 노점이나 상점들도 많고 중간 중간에는 극장이나 공연장도 있다.

수많은 이벤트 요소가 다양하게 분포하는 곳이다. 유럽 오래된 도시는 볼 것도 많고 인도가 넓으며 걷는 사람 위주의 짧은 블록 단위로 구성되어 있어 도보여행에 좋다. 반면 도로가 넓고 자동차 위주로 만들어진 미국 뉴욕 같은 대도시들은 격자형으로 크고 지루하게 형성되어 있다.

그 뿐 아니라 블록도 광역으로 구획되어 있어서 상대적으로 지루하고 이벤트 요소가 적다. 쉬면서 천천히 걸어 다니며 관광하기에는 유럽 오래된 도시가 훨씬 편하고 좋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럽 오래된 도시들은 모두가 지역주민들을 중심으로 휴먼 스케일에 맞춰져 있다. 건축자재도 지역에서 구하기 쉬운 것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저절로 멋과 운치가 묻어난다. 여기에 그곳의 역사와 문화가 더해져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색깔이 만들어진다.

이런 도시는 스카이라인도 산과 강 등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특색을 갖고 있다. 고층 건물이 마구 솟아 있는 비슷비슷한 현대도시의 스카이라인과는 분명하고 확연하게 다르다. 오래된 도시와 현대도시는 건축물을 짓는 마음과 자세도 확실히 차이를 보인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순응하는 자세로 지은 옛 건축물과 달리 현대건축물은 아쉽게도 자연을 극복 혹은 정복 대상으로 바라보고 만들어진 것들이다. 우리 선조들은 경사진 곳에 정자를 짓고 그냥 자연을 즐긴데 반해, 현대건축은 경사지에 축대를 쌓아 땅을 평탄작업한 뒤 그 위에 튼튼하고 획일화된 아파트를 지으며 커다란 옹벽까지 만드는 방식이다.

몇몇 건축물은 자연에 순응해서 지어지기도 했지만 말 그대로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옛 건축물들이 자연과 순환 교류하는 방식으로 지어진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무조건 옛 건축양식이 좋고 바르다는 것은 아니다.

시대마다 수요와 한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을 대하는 방식에 있어 현대건축은 아쉬운 점이 많다. 문화 및 자연환경이 다른데 획일화된 건축양식을 도입하는 것은 지방의 특·장점을 살리지 못하거나 단점을 덮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전국 어디를 가도 비슷비슷한 모습의 풍경이 획일적으로 지루하게 펼쳐지게 된 것이다. 특히 도시의 학교 운동장은 그저 새벽에 조기축구나 할 뿐 공동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지 않다. 학교 운동장은 고밀도 도심 속에 삶의 여유를 주는 좋은 자원인데도 말이다.

교회를 중심으로 하는 유럽 광장 주변에는 예외 없이 분수대·카페·레스토랑·상점·노점이 늘어서 있다. 도심 학교 운동장 주변으로 그런 상점들이 들어선다면 운동장을 광장처럼 사용하면서 학교 중심 공동체 형성과 학교 보안 문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물론 도시계획 초기단계에서 토지이용계획을 잡을 때부터 고려해야하는 문제이기는 하다. 지금 같은 방식의 도시설계나 단지계획에서는 만들어지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근린생활시설과 학교는 악어와 악어새처럼 편안하게 상생할 수 있는 공생관계이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학교운동장을 바라보면서 우아하게 차를 마실 수 있는 도시, 행복한 도시경관이라고 생각되지 않는가? 나는 걷기 좋으며 살기편한 골목이 살아있는 유럽도시와 학교 중심 지역사회를 적극적으로 영주에 도입할 것을 제안해 본다.

영주의 미래는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뉴욕 보다는, 걷기 좋고 편안한 유럽 뒷골목 같은 풍경이 더 좋지 않을까? 영주의 경우에도 도심에 있는 학교를 중심으로 걷기 좋은 행복한 도시를 만들고, 또 다른 한축으로 영주시에 산재한 살아있는 근대문화유산·종교시설·자연유산에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한 태극당제과점’ ‘영주대장간’ ‘신창정미소’ ‘진흥제재소’ ‘삼화직물’ ‘대성임업’ ‘풍국정미소와 같은 경상북도 지정 향토뿌리기업이나 도심재생사업을 위해 새롭게 조성한 할매묵공장’ ‘할배목공소사회적협동조합등을 축으로 하여 답사형식의 걷는 문화·보행자 전용도로·빵집·공원·찻집·공연장을 만들어 가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도심은 이런 방법으로 재생·리모델링하고, 가흥택지는 지역특성과 문화에 맞게 영주에서 나오는 자재를 활용하여 영주시 공공건축가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건축문화와 더 나은 도시 틀을 창의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도시설계와 구조 등은 전문가들에게 다시 한 번 의뢰하여 도심전체를 재설계해야하는 절박하고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 물론 지역에 있는 건축사 사무소 역시도 이미 영주를 알고 있는 사업자인 관계로 도움 받는 일은 필수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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