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OECD 성장률 순위' 꼴찌 추락?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한국이 미국보다 성장률이 낮은 건 절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서승만 | 기사입력 2019-05-20 00:06:55

[타임뉴스=서승만 기자] 한국의 성장률이 유독 낮은 원인으로는 미중 무역갈등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등 대외 악재에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한 국내 악재까지 겹친 탓으로 풀이된다.

대내외 악재에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면서 성장률을 갉아먹었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설비투자 증가율은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무역의존도가 높아 미·중 갈등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성장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설비투자가 살아날 가능성이 적다는 점이다.

1분기 성장률 21개국 중 최하위 멕시코보다 낮고 라트비아와 비슷하고 설비투자 회복 기미 없어 더 심각하다는 것이 문제다.

우리나라 1·4분기 경제성장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개국 중 최하위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노르웨이, 멕시코, 라트비아와 함께 전년대비 역성장한 4개국에 우리가 포함됐다.

청와대가 “OECD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성장률이 미국 다음으로 2위를 차지했다”고 자평해왔지만 올해 들어서는 성장률마저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OECD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전기대비) -0.3%는 21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한국의 지난해 성장률이 독일, 프랑스보다 높지만 미국보다 낮을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전망치 기준. 출처=%.[출처=IMF]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나라는 헝가리·폴란드·리투아니아·슬로바키아 등 과거 공산주의 국가에서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이 진행 중인 국가들이 차지했다. 이들을 제외하면 미국이 0.8%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한국의 성장률은 멕시코(-0.2%, 노르웨이(-0.1%)보다 낮았고, 라트비아(-0.3%)와 유사했다. 역성장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총 4개국이며, 21개국 평균 성장률은 0.46%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산업별 설비투자 동향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국내 주력 제조업의 설비투자 부진 강도가 심해졌다”며 “향후 주력 업종 가운데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적다”고 진단했다.

연구원은 생산, 출하, 재고, 설비투자 조정압력을 분석한 결과 전자·정밀기기·화학·기계산업은 설비투자가 기준점을 밑돌며 저점을 향해 내려가는 하강 국면이라고 봤다. 특히 전자산업은 1·4분기 생산, 출하가 감소해 침체 국면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있다.

설비투자 조정압력도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설비투자 조정압력이란 생산 증가율과 생산능력지수 증가율의 차이로 이 지수가 음수면 향후 설비투자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다는 것을 뜻한다.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고용 및 성장세 회복을 줄이며, 중장기적으로는 자본 축적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성장 잠재력도 낮아진다”고 우려했다.

한국경제의 성장률은 세계 최고이지만 양극화는 최악이라는 문 대통령의 진단은 사실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성장률도 경제발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어느덧 우리는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대략적인 내용은 맞지만 100% 팩트는 아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한국의 성장률을 2.6~2.7%로 잠정 추산했다. 이는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2018년 성장률 전망에 따르면, 독일은 1.9%, 프랑스는 1.6%, 영국은 1.4%, 일본은 1.1%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1월 세계전망을 봐도 한국의 성장률은 독일(1.6%), 프랑스(1.6%), 영국(1.3%), 일본(0.9%)보다 높았다.

그러나 문제는 추세다. 한국의 성장률이 뚝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IMF는 세계경제 성장률을 2017~2019년 모두 3.7%로 전망했다. 반면 한국의 성장률은 2017년 3.1%, 2018년 2.8%, 2019년 2.6%로 하향 전망했다. 특히 한국의 작년 성장률은 미국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IMF, OECD, 세계은행 모두 미국의 지난해 성장률을 2.9%로 전망했다.

아직 갈 길이 먼 한국이 미국보다 성장률이 낮은 건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정책당국은 이 원인을 정책 효과로 풀이하고 있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미국의 성장률이 오른 건 감세 및 재정지출 확대 정책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2017년 말 1조5000억달러(1676조원) 규모의 감세 법안을 처리해 법인세 등을 낮췄다.

반면 한국은 소득세·법인세·종합부동산세 등 증세를 추진했다. 지난해 당초 세수목표보다 28조원(1~11월 집계)이 더 걷힌 상황이다.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 관련 발언도 대체로 맞지만 정확히는 틀렸다. 국가별 양극화 수준은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발표한 ‘2018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지니계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지니계수는 OECD 35개국 중 31위로 심각했다. 지니계수가 커지고 순위가 높아질수록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는 상황을 뜻한다. 한국은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른 지난해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다.[출처=통계청]

지니계수는 소득 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다. 0~1 사이의 값으로 매겨지며 수치가 커질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얘기다.

2017년 한국의 지니계수는 0.355(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지니계수는 OECD 35개국 중 31위로 최하위권이다.

다만 미국(0.391), 터키(0.404), 칠레(0.454), 멕시코(0.459)가 한국보다 더 불평등이 심했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통계 공표 시점이 달라 나라별 연도 기준이 일부 다르다”고 전제하며 “한국도 심한 편인 건 사실이지만 멕시코의 불평등이 가장 심하다”고 설명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불평등 수준이 심각해진 데는 고용지표가 악화한 영향이 컸다.

황인웅 기재부 정책기획과장은 “지난해 고용 부진, 고령화 등으로 분배가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실업률은 2001년(4.0%)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였다. 체감 청년실업률인 청년층(15~29세) 고용보조지표3은 지난해 22.8%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였다. 이에 문 대통령은 10일 “일부 최저임금 영향이 있다”며 “충분히 보완하겠다”고 강조했다.

체감 청년실업률인 청년층(15~29세) 고용보조지표3은 지난해 22.8%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였다. 이에 문 대통령은 10일 “일부 최저임금 영향이 있다”며 “충분히 보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