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번 손놀림이 빚어낸 전통의 멋, 장석
김정욱 | 기사입력 2011-06-02 23:02:02

[해남=타임뉴스]“요즘은 장석도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기 때문에 전통의 수공방식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쇠를 녹여서 두드리고, 하나하나 문양을 새기는 정성에 비할 바는 아니죠”









해남 유일의 두석장으로 전통의 장석 공예를 잇고 있는 유석종씨(해남읍, 73세).

두석장(豆錫匠)이란 전통 목가구나 궁궐, 사찰, 한옥 등에 붙이는 금속제 장석(裝錫)을 만드는 장인을 부르는 말이다. 전통가구에서 볼수 있는 경첩이나 금속문양, 손잡이, 자물쇠 등이 장석이다. 본래는 나무가 뒤틀리는 것을 막고 이음새를 고정하거나 문을 여닫기 위한 용도이지만 기능과 조형미가 완성되는 화룡점정의 단계가 장석이다. 이 때문에 가구가 꽃이라면 장석은 나비에 비유되곤 한다.

유씨가 장석 만들기를 시작한 것은 50여년전.

“아버지도 장석을 만드셨는데 당시에는 성냥쟁이라고 괄시가 대단해서 저는 성냥간에 발도 못 붙이게 했었죠.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운명처럼 열여덟이 되자 나도 망치를 들게 되더라고요”

타고난 솜씨덕에 전국 170여개 사찰과 한옥의 장석을 도맡을 정도로 이름이 났다. 장석이외에도 장인이 만든 끌은 목수들 사이에서 알아주는 명품이었다.

해남읍 연동리의 장인의 집에는 이런 50년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주문받은 물건을 만드는 틈틈이 제작해 두었던 수백점의 장석들로 장식된 장인의 집은 여느 화려한 야외 전시관 못지않다.

특히 전통 문양과 더불어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들은 유석종 장인만의 특기이다. 어찌보면 불타는 태양 같기도 하고, 이국적인 느낌의 장식품을 비롯해 황동을 구부려 만든 큼지막한 꽃송이도 이채롭다. 우주의 운행을 주제로 만든 ‘풍경’은 장석이 보조적인 역할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품임을 느끼게 한다. 유석종씨의 독창적인 디자인은 장석 회사에서 베껴가 대량 생산되는 일도 잦을 정도라고 한다.

기계화된 장석이 생산되고, 전통 가구나 한옥 수요가 줄면서 장석 공예는 전수자가 없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세평 남짓한 장인의 작업실에서 망치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우리 전통을 잇는 묵묵한 장인의 길. 그곳에서 차가운 쇠붙이는 수천번 손길로 생명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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