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이후 역대 최다를 기록한 반덤핑 조사 신청 건수는 벼랑 끝에 몰린 한국 제조 산업의 절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이 신청한 반덤핑 조사는 총 13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13건 중 무려 9건이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트럼프 2기'의 일방주의적 관세 정책과 중국발 공급 과잉이 맞물리면서, 밀어내기식 저가 공세에 참다못한 국내 업체들이 정부에 긴급 구조 신호를 보낸 셈이다.
철강: 현대제철은 중국·일본산 열연 제품이 시장을 교란하자 반덤핑 조사를 신청했고, 무역위는 최대 33.57%의 예비 관세를 때리며 국내 산업 피해를 인정했다.
화학: 한화솔루션이 제기한 PVC 수지 사건에서는 독일·프랑스 등 유럽 기업들에 대해 최대 42.81%라는 '관세 폭탄' 예비 판정이 내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저가 제품이 범람하고 있다"며 "무역구제 제도가 사실상 최후의 보루"라고 토로했다.
전통 산업뿐만 아니다. HD현대로보틱스는 일본(야스카와, 화낙)과 중국(ABB 상하이 등)의 산업용 로봇 덤핑 수입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무역위는 자동차 조립 등에 쓰이는 첨단 로봇 분야에서도 덤핑 사실을 인정하고 최대 43.60%의 잠정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래 먹거리인 로봇 산업마저 외국산의 저가 공세에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다.
[타임뉴스 시선] "밖에서는 피소 2위, 안에서는 방어 급급"… 사면초가 韓 경제
대한민국은 현재 기묘한 상황에 놓여 있다. 안으로는 외국산 덤핑을 막느라 분주하지만, 밖에서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반덤핑 관세 피소국(총 509건)으로 찍혀 집중 견제를 받고 있다.
정부는 무역위 조직을 확대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트럼프식 자국우선주의'가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단순한 관세 부과만으로 국내 산업을 지켜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글로벌 제조 강국 코리아가 안팎으로 거센 '보호무역 샌드위치' 신세가 된 지금, 보다 정교하고 강력한 통상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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