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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 속 멈춰선 이란 국경… “1,500명 발 묶였다”

칼바람 속 멈춰선 이란 국경… “1,500명 발 묶였다”

육로로 귀국하는 이란 여객기 승무원들
[카프쾨이[튀르키예]타임뉴스김용직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파상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을 탈출하려는 행렬과 고국으로 향하는 이들이 뒤섞인 튀르키예 동쪽 끝 카프쾨이(Kapikoy) 국경 검문소는 긴장과 혼돈이 교차하고 있었다.

현지 시각 4일, 평소 같으면 활발히 오갔을 국경의 흐름이 한때 뚝 끊겼다. 이란 측 출입국 시스템 장애가 발생하면서 통관 절차가 마비됐기 때문이다.

검문소를 빠져나온 튀르키예 국적자 데니즈 누르친 씨는 "이란 쪽에만 최소 500명 이상이 줄을 서 있다"며 "전산이 안 돼서 외국인들만 종이에 인적 사항을 수기로 적고 내보내 주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오후 늦게 시스템이 복구됐다는 소문이 돌기 전까지 1,500여 명의 발이 묶이는 등 극심한 정체가 빚어졌다.

국경에서 만난 이란인들의 목소리에는 두려움보다는 분노와 애국심이 섞여 있었다. 타브리즈에서 온 바흐만 씨는 취재진에게 "이스라엘은 핵을 가졌는데 우리는 왜 안 되느냐"며 "전쟁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고 토로했다.

자녀를 유학지로 보내기 위해 국경을 넘은 한 중년 여성은 "우리는 조국을 사랑하며 모든 상황에 각오가 되어 있다"며 "이것은 도망이 아니라 아이들을 학교로 돌려보내는 것일 뿐,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쟁 여파로 하늘길이 막히자 이색적인 풍경도 연출됐다. 요르단과의 경기 후 귀국 항공편을 구하지 못한 이란 국가대표 농구팀이 전세버스를 이용해 육로로 귀국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경기 결과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 선수는 씁쓸하게 "졌다"고 답하며 출국장으로 향했다.

뒤이어 도착한 버스에서는 최근 운항이 중단된 이란 '마한항공' 로고가 박힌 가방을 든 승무원들이 내리기도 했다. 

이들은 극도로 말을 아꼈으나, 전쟁이 삶의 터전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김용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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