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 타임뉴스=안영한 기자]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 축출 이후 장밋빛 미래를 약속받았던 베네수엘라 경제가 오히려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물가상승률은 600%를 돌파했고, 국가 경제의 보루인 원유 생산마저 급감하면서 서민들의 삶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블룸버그 통신은 16일(현지시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 반등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의 실질적인 지표들이 최악의 수치를 기록하며 민심이 이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의 경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인플레이션 수치다. 지난해 12월 475%였던 연간 물가상승률은 올해 2월 들어 600%까지 치솟았다.
화폐 가치가 휴짓조각이 되면서 평범한 시민들이 체감하는 생활고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국제위기그룹(ICG)의 필 건슨 분석가는 “볼리바르화는 가치를 완전히 상실했고 사람들은 여전히 빈곤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며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진전은 거의 전무한 상태”라고 꼬집었다.
국가 수입의 핵심인 원유 산업도 무너지고 있다. 올해 1월 원유 생산량은 전월 대비 21%나 줄어들었다. 원유 수출이 급감하면서 베네수엘라 경제를 지탱하는 실질 화폐인 달러의 유입도 덩달아 끊겼다.
여론조사 기관 메가날리시스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국민의 80%가 “올해 경제 상황이 전년보다 나아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경기가 개선됐다고 느끼는 응답자는 단 7%에 불과해, 새로운 정부 체제에 대한 실망감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살인적인 물가와 동결된 최저임금은 결국 대규모 시위와 파업으로 이어졌다.
5인 가족 기준 한 달 식료품비가 677달러(약 90만 원)에 육박하지만, 공식 최저임금은 2022년 이후 멈춰 서 있다.
현지 시민단체는 올해 1월 발생한 시위 건수가 작년보다 53%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16일 오전에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운송노조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이 이어지면서 수도 카라카스와 미란다주 등 주요 도시의 출근길이 마비되는 혼란이 빚어졌다.
체제 교체보다 시급한 것은 ‘빵’의 문제
정치적 권력 교체가 곧바로 경제적 풍요를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베네수엘라의 비극이 증명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한 마두로 축출이 민주주의의 회복에는 기여했을지 모르나, 당장 굶주리는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이데올로기가 아닌 안정된 물가와 일자리다.
국제사회의 지원과 산업 재건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베네수엘라의 ‘잃어버린 10년’은 현재진행형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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