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아시아 지역에 판매하는 주력 원유인 ‘아랍 라이트(경질유)’의 5월 인도분 프리미엄이 배럴당 40달러라는 사상 초유의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고되면서 아시아 정유업계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5월 인도분 아랍 라이트의 공식 판매 가격(OSP) 산정 과정에서 배럴당 약 40달러의 프리미엄이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4월 프리미엄이었던 2.5달러와 비교하면 무려 1,500% 이상 폭등한 수치다.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였던 2022년 8월 기록한 역대 최고 프리미엄(9.8달러)조차 가볍게 뛰어넘는 수치로, 사실상 시장이 정상적인 가격 통제 기능을 상실했음을 보여준다.
아람코는 조만간 확정된 가격을 각 정유사에 통보할 예정이며, 업계는 공포에 휩싸인 분위기다.
가격 폭등이 기정사실화되자 아시아 정유사들은 아람코 측에 가격 산정 기준을 바꿔달라고 긴급 요청하고 나섰다.
기존 벤치마크인 오만·두바이 유가 연동 방식 대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에 연동해달라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상하이 선물 가격을 참고하거나 아랍에미리트(UAE)의 ‘어퍼 자쿰’ 등 다른 유종으로 가격 기준을 대체하는 방안도 거론 중이다.
하지만 아람코가 이러한 정유사들의 요구를 얼마나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정유사 트레이더들은 “배럴당 40달러 프리미엄이 확정될 경우, 채산성 악화로 인해 원유 구매량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공급망 붕괴는 더 심각한 문제다.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사우디의 아랍 엑스트라 라이트(초경질유), 아랍 미디엄(중간유) 등의 공급은 거의 중단된 상태다.
현재 사우디 동부에서 서부 홍해 연안의 얀부 항구로 연결되는 수송관은 용량 한계로 인해 ‘아랍 라이트’ 유종만을 겨우 실어 나르고 있다.
공급 부족이 가격 폭등을 부채질하고, 가격 폭등이 다시 공급 위축을 가져오는 악순환의 늪에 빠진 형국이다.
'배럴당 40달러 프리미엄'은 에너지 시장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수치다.
이는 곧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의 도미노 인상을 의미하며, 물가 전반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이다.
중동의 포성이 멈추지 않는 한, 우리 경제의 '에너지 혈관'은 갈수록 딱딱하게 굳어갈 위험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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