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자유 항행’ 약속과 달리 자국 이익에 부합하는 선박만 골라 통과시키는 ‘선별적 개방’ 정책을 고수하면서 해상 물류의 마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 분석에 따르면, 미·이란 휴전 합의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하루 평균 10여 척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자 선단’만 유유자적… 사실상 이란 통제 아래
전쟁 전 하루 평균 140척이 오가던 활기는 찾아볼 수 없다. 휴전 직후 해협을 통과한 선박 14척 중 최소 9척이 이란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방의 제재를 뚫고 이란산 원유를 실어나르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이나 이란의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으로 향하는 선박들이 주를 이뤘다.
반면, 페르시아만 안쪽에는 여전히 900여 척에 달하는 화물선이 갇혀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삼엄한 통제와 기뢰 매설 가능성에 대한 공포가 선주들의 발을 묶고 있기 때문이다.
‘통행료’ 카드로 흔드는 이란… 인도·일본은 면제?
이란의 ‘이중잣대’식 통행 허가도 논란이다.
이란은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한 척당 최대 200만 달러(약 30억 원)라는 거액의 통행료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나 일본 등 이란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국가들의 선박은 통행료를 내지 않고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단순한 해로가 아닌, 국제 사회를 상대로 한 외교적·경제적 압박 카드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공해상 통행료 용납 못 해”… 종전 협상 ‘폭풍전야’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개방을 휴전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즉각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해인 호르무즈에서 통행료를 징수하는 행위는 절대 허용할 수 없다”며 “우리는 매우 빠른 시일 내에 해협을 개방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리는 종전 협상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의 무조건적 개방과 통행료 징수 철회 문제가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해협 개방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25%를 차지하는 이곳의 봉쇄가 길어질 경우, 국제 유가 출렁임은 물론 세계 경제 전체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해 국제사회의 시선은 이제 파키스탄 협상장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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