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대국은 힘이 아니라, 관용과 개방을 통한 포용으로 만들어졌다.
EBS 이주희PD의 저작 <강자의 조건>(MID출판사)
김수종 | 기사입력 2017-10-01 16:01:31

[경북타임뉴스=김수종] EBS 이주희PD의 <강자의 조건>은 세계 패권의 비밀을 향한 2,500년의 여정이다. 이 책은 국가와 조직의 운명을 결정짓는 힘의 근원을 찾고 있다. 고대 로마제국에서부터 21세기 미국에 이르기까지 2,500년의 역사는 말하고 있다. 강대국을 만든 리더십의 실체는 힘이 아니다.

다원성이라는 점에서 동시대의 어떤 나라보다 뛰어났던 나라들이고, 그 시대의 기준에서 볼 때 가장 관용적인 나라들이었다. 그 관용과 다원성이 어떻게 이들을 강대국으로 만들어주었는지를 살펴보다 보면 당신이 갖춰야 할 진정한 강자의 조건에 대한 실마리를 붙잡을 수 있을 것이다.

고대 전쟁의 신 한니발이 알프스 산맥을 넘어 로마를 공격했고, 압도적인 전력으로 승리했다. 속전속결 한니발은 권력과 영광을 위해 전쟁에 임했고, 로마는 성인 남자의 10%가 몰살되는 참혹함 속에서도 결코 굴복하지 않았다.

로마가 14년 동안 패배를 거듭하는 동안에도 동맹국들은 로마를 지지했다. 새로운 독재관 파비우스는 전쟁을 질질 끌며 한니발을 지치게 하며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음을 증명하듯 전쟁에 임했다.

14년의 장기전으로 한니발의 군대는 전쟁을 끝낼 주도권과 의욕을 상실할 수밖에 없었다. 로마의 동맹국들은 연전연패 만신창이로 맞서 싸우는 맹주를 배신하지 않고 어떻게 충성심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한니발은 나중에야 로마 시민들에게 가치로 환산하기 힘든 무기가 따로 있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로마의 저력은 로마 시민권에 있었다. 로마의 영광과 충성심의 근본 원인은 순혈주의에 반하는 관용이었다.

BC 218년에 로마의 집정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처음 참전했던 스키피오. 그는 오랜 관찰을 통해 적군을 완벽하게 이해했고, 나중에 백전노장이 되어 지연전으로 한니발을 제압하고 전쟁의 종결자로 역사에 남았다.

로마는 제국이 역사를 거듭하는 동안 식민지 출신의 황제까지 생겨났으며, 이민족들은 전혀 차별받지 않으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로마에 동화되어 갔다. <강자의 조건>은 위기에 강했던 로마의 진실을 밝혀준다.

로마가 고대 패권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밀을 밝힌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관용과 개방을 통한 포용이 강했던 로마가 동맹국들의 충성을 이끌어 낼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몽골평원에서 아홉 살에 고아가 된 테무진은 친족들에게마저 버림받지만 원수보다 은혜에 감사하는 어른으로 성장해 부족의 우두머리 칭기즈칸이 되었다.

혈투가 난무하던 시대에 양아버지 옹칸의 배신으로 온통 진흙탕뿐인 발주나 호숫가로 쫓겨난 칭기즈칸은 각기 다른 부족이었고 종교도 달랐던 19명의 부하들과 함께 그 흙탕물을 마시며 몽골 제국 정체성의 기초가 되는 결의를 다졌다.

전쟁에 강했던 몽골군은 사실 몽골인만으로 구성된 군대가 아니었다. 주력군은 물론 초원의 경기병들이었지만 그들이 정복한 지역 어디에서나 새로운 동맹자들을 군대에 합류시켰다. 순수한 몽골인만의 집단이 아니라 무수한 이방인이 원래의 몽골인에 결합한 집단이 몽골군의 실체였던 것이다.

“몽골인은 원래 기마 궁병입니다. 중기병도 약간 있었지만 이들은 기본적으로 경기병입니다. 몽골군은 정복에 나서면 현지인을 군대로 흡수할 방법을 찾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특정한 유형의 전투에 익숙한 사람에게 다른 일을 시키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코카서스 산맥의 알란족처럼 전통적인 중기병의 방식을 이용했습니다. 몽골군이 백병전 공격을 원할 때는 주로 몽골인이 나서지 않았습니다. 대신 여진족, 킵차크 투르크족, 알란족, 러시아인인 루스족이 전투에 나섰습니다. 몽골은 매우 유연성 있게 사람들을 기용했습니다."

세계제국 몽골, 50년의 짧은 기간 동안 전 세계를 제패한 몽골제국의 비밀은 바로 융합과 유연성이었다. 타민족도 전부 포용하고, 기술이 있는 사람은 크게 대접했다. 그리고 어떤 종교든 어떤 인종이건 상관없이 차별 없이 누구나 몽골 국민이 될 수 있었다.

영국이 무적의 스페인 함대와의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돈과 자원이 없었던 영국은 철포를 개발했고, 나름 종교적인 자유가 보장되어 유럽의 기술자들을 쉽게 모을 수 있었다. 결핍과 관용을 통한 혁신이 있었기에 대영제국이 건설될 수 있었던 것이다.

대영제국의 탄생 비밀은 무엇일까? 세계제국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이긴, 변방의 섬나라 영국 스페인 무적함대의 몰락과 변방의 섬나라 영국이 대영제국으로 성장하게 된 비밀을 밝힌다. 16세기 스페인 함대는 유럽의 무적함대였다.

그러나 1588년 영국에 함대를 파견했다가 대패하는 이변이 발생한다. 스페인의 무적함대가 17년 만에 허약한 함대로 변한 원인과 변방의 소국 영국이 세계제국이라 불리던 스페인에게 승리할 수 있었던 결핍과 관용을 통한 혁신이라는 이유가 있었다.

“영국 해군의 혁신은 결핍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영국 해군에서 보병이 적함에 뛰어드는 전술을 적용하지 않고 포격전에 치중했던 것은 애초에 영국에 믿을 만한 보병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철 대포를 개발한 것도 청동 대포를 만들 만한 자원이 부족하고 재정도 풍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스페인은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 대한 집착 때문에 혁신의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 세계 최강이라는 보병의 위력을 지키기 위해 포격전이라는 새로운 기술에 무관심했고 대포의 개발에도 덜 열성적이었다."

네덜란드 제국의 뿌리는 1492년은 스페인의 역사와 관련이 깊다. 1492년에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중요한 사건 두 가지와 사람들이 거의 모르는 중요한 한 가지 사건이 있었다. 첫 번째 사건은 콜럼버스에 의한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이다.

두 번째 사건은 250년간 유지되던 그라나다 왕국의 함락으로 이베리아 반도 내의 이슬람 세력을 완전히 몰아낸 것이다. 이 축제의 와중에 스페인 왕국은 알함브라 칙령을 발표해 유대인들을 종교적으로 탄압하고 그들의 재산을 약탈하다시피 쫓아냈다. 이것이 바로 네덜란드 제국의 서막이 된 세 번째 사건이다.

1492년, 차별과 괄시 끝에 추방당한 유대인들이 눈물을 머금고 네덜란드에 정착했다. 네덜란드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종교의 자유를 확고한 신념으로 제시한 그곳에서 유능한 인재들이 어떻게 유럽 상업의 맹주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암스테르담에는 동인도회사라는 세계최초의 주식회사가 설립되고, 세계 최저의 3% 이자를 요구하는 은행과 증권거래소도 등장했다. 고작 200만의 인구와 경상도만한 크기의 좁은 땅덩어리에 국토의 1/4은 수면 보다 낮은 저지대 국가는 대단했다.

17세기 초, 전 세계 무역선의 3/4이 네덜란드 차지였고, 대서양을 건너간 네덜란드인들이 정착한 뉴 암스테르담은 오늘날의 뉴욕처럼 세계를 호령한다. 인디언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나무 벽을 세운 자리는 월스트리트라 불리며 오늘날 세계 금융의 중심지가 되었다.

1964년 미국, 미시시피 자유 여름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인류역사상 전무후무 한 초강대국 미국의 힘은 무엇일까? <강자의 조건>은 60년대 민권운동이 미국에 끼친 영향을 조명한다. 미국을 갈라놓은 흑백 인종갈등은 어떻게 해결됐고, 이것이 미국 사회에 끼친 영향에 관해 밝히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1964년 6월, 미시시피 버닝 사건에 대한 수사를 미제 상태로 종결한다고 발표했다. 미시시피주 네쇼바 카운티에서 흑인의 투표권을 독려하던 인권운동가 세 사람이 잔인하게 살해되어 암매장된 사건에 대해서 말이다.

흑인들은 격분했고, 불완전한 해방을 맞은 이민자들의 나라는 요동쳤다. 미시시피 자유 여름이 시작된 것이다. 백인들의 전용석을 용납하지 않는 운동과 프리덤 라이더스 운동들이 일어났고, 이를 저지하는 백인우월 집단의 협박과 폭행들이 잇따르며 민권운동과 인종갈등이 극에 달했지만 정의와 관용이 승리했다.

혹자는 미국의 진정한 동력은 혁명이 아닌 이민의 힘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이민자가 밀려오면, 기존의 시민들과 권리를 위해 싸우고, 통합과정에서 또 다른 투쟁이 끊임없이 반복되며, 이는 미국의 개방성과 새로운 동력을 이끌어 장기적으로 모두를 이롭게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의미 있는 말이다. 하지만 흑인 대통령이 나오기도 했던 미국의 힘은 단순히 이민으로만 만들어 진 것은 아니다. 고대의 로마제국을 닮은 끊임없는 융합과 통합, 개방성, 합리주의, 관용이 오늘의 미국을 이루고 있는 힘인 것이다.

<강자의 조건>의 저자인 이주희PD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에 EBS PD로 입사했다. 인간의 삶으로서의 역사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역사전문 PD로서 다양한 역사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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