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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상법’ 파도 앞둔 슈퍼 주총 시즌… 기업 vs 주주 ‘지배구조 수성전’ 치열

‘개정 상법’ 파도 앞둔 슈퍼 주총 시즌… 기업 vs 주주 ‘지배구조 수성전’ 치열

제56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
[서울타임뉴스=한상우 기자] 이달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재계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소수 주주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개정 상법 시행을 앞두고, 경영권을 지키려는 기업들과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주주들 사이의 유례없는 ‘거버넌스 전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상장사들은 오는 7월과 9월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개정 상법에 대응하기 위해 정관 변경과 이사회 재편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 확대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다.

기업들은 소수 주주가 추천한 인사가 이사회에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어 기제’를 도입하고 있다.

한화그룹 계열사들은 이사 임기를 연장해 교체 주기를 늦추는 방안을 내놨고, 삼성전자·효성·셀트리온 등은 이사 정원 상한을 줄여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다.

규제가 강화되기 전 유리한 인물을 감사위원으로 미리 확보하거나 위원회 정원을 늘려 대주주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기업들의 수성 전략에 맞서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격도 매섭다. 단순한 배당 확대를 넘어 이사회 직접 참여와 자사주 소각 등 강도 높은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실제로 SK㈜는 전체 발행 주식의 20%에 달하는 5조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발표하며 지주사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이는 개정 상법상 자사주 취득 시 1년 내 소각 의무화 규정에 따른 선제적 조치이자 주주 달래기용 카드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팰리서캐피탈(LG화학), 얼라인파트너스(DB손보·코웨이 등), 트러스톤(KCC) 등이 잇따라 주주제안서를 발송하며 표 대결을 예고했다.

올해 주총의 또 다른 화두는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이다. 최근 대법원이 대주주인 임원이 자신의 보수 한도 결의에 참여하는 것을 무효라고 판결함에 따라, 이른바 ‘셀프 보수’ 책정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는 주총 현장에서 대주주와 소수 주주 간의 치열한 수 싸움을 유발하는 도화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올해 주총은 개정 상법 발효 전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기업과 이를 저지하려는 주주들이 결집해 어느 때보다 뜨거운 자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순히 경영권을 지키느냐, 빼앗느냐의 문제를 넘어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표준에 맞는 투명한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을지가 이번 주총 시즌에 달려 있다. 

서학개미들이 늘어나고 주주 권리 인식이 높아진 만큼, 기업들은 이제 ‘군림’이 아닌 ‘소통’을 통해 주주들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 시험대에 섰다.

안영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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