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lrh] 신간 <아빠, 저희는요> 남편 없이 보낸 낯섦의 시간 15년의 기록을 글로 담다.
김수종 | 기사입력 2017-07-05 14:41:58

[서울타임뉴스=김수종] 서른여섯의 여인, 남편이 있었고 여덟 살배기 아들과 일곱 살배기 딸이 있었다. 치과의사였던 남편이 어느 날 병원에 든 강도에게 봉변을 당해 세상을 버렸다. 살아남은 부인과 아들, 딸이 중심에 되어 남편을 추모하는 책<애들아 너희 아빠는>(다빈치)을 출간했다.

이후 15년의 시간이 흘렀다. 부인이 잠시 아이들과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서 2년을 살았다. 다시 한국에 돌아와 아들은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들어갔고, 군대까지 다녀왔다. 어린 딸도 이미 대학생이 되어 그 야무진 손으로 화장을 하는 숙녀가 되었다.

생각해보면 아빠 장례식장에서 비둘기를 잡으러 뛰어다니던 아이가 군대를 다녀왔다. 야무진 손으로 종이학을 접던 딸은 처녀가 다 된 것이다. 서른다섯의 젊은 과부는 폐경도 지나 반백의 오십대가 되어버린 세월이다.

자식 앞세우고 애끊는 울음을 삼키던 어머니가 그 자식 따라가는 세월, 어떤 인연을 정리하기도 하는 세월이다. 유흥비를 마련하려 쇠파이프를 휘두른 이들이 다시 세상으로 나오는 세월이기도 하다.

아무튼 저자 이경란은 10년도 20년도 아닌 애매한 시간 15년을 아이들이 더 자라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아이들이 다 떠나지도 않은 지금 15년의 기억을 매듭 한번 짓고자 책<아빠, 저희는요>을 준비하게 되었다.

<아빠, 저희는요>(도서출판 비엠케이)는 그렇게 남겨진 여인이 두 아이와 함께 지내온 시간 15, 그 시간들을 정리한 일기형식의 책이다. 어쩌면 별로 재미도 없고, 그냥 밍밍한 이야기 같지만, 그래도 아동수당, 청년수당처럼 과부수당이라도 주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고민과 생각을 담고 있다.

또한 한 부모 가정의 현실과 혹시라도 재혼을 하게 되면 자녀의 성씨는 어떻게 바뀌는지, 생활은 어떻게 하는지 등의 소소한 문제까지 고민하고 있다. 가족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나, 자녀들의 진학과 진로 문제, 친척들의 결혼 등 가족행사에 대한 이야기와 고민도 나름 진솔하게 담고 있다.

지난 15년의 일기를 다시 읽는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이다. 어떤 시기 내 맘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보인다. 아이들이 함께했으면 했다. 나의 욕망이지 아이들의 욕망은 아니었다.

내 욕망으로 아이들에게 강요할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안다. 글 정리하는 동안, 배려받았으면 했다.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아무도 배려하지 않는다. 다른 이들에게 미루지 말고 스스로 배려해야 한다.

처음엔 갈등보다 화해를 취하려 했다. 진실이 은폐된, 표면의 화해가 뭔 의미인가 싶다. 갈등을 드러내고 풀어가는 힘, 겪으면서 생기겠지. 지금 이곳에서 내 앞에 있는 이들과 삶을 엮어 가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남편 혹은 아빠가 없어서 아쉽고 안타까웠던 시간들에 대한 눈물의 기록만은 아니다. 엄마는 오래 슬픔에 젖어 있기보다 털고 일어나 아이들과 행복하려고 노력했다. 아빠와 함께 네 식구가 해왔던 것들, 계획했던 것들을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하면서 살았다.

함께 자전거 타기, 남편 치대 선후배 모임 참석, 가족이 함께 뉴질랜드에서 살아 보기. 남자와 여자의 성 역할에 대한 고민, 좋은 부모란 대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숙고, 한 부모 가정의 가족에게 다가왔던 문제들이 그이가 경험한 그대로 진솔하게 보인다.

15년의 시간 동안 아이들은 자랐고, 청소년기를 거쳤고, 차츰 엄마를 떠나 자신들만의 세계로 가고 있다. 그간의 이야기를 이렇게 책으로 묶어 먼저 간 남편에게도, 자신에게도, 아이들에게도 하나의 매듭을 짓고자 한다.

<아빠, 저희는요>의 저자 이경란은 삽십대 중반, 별안간 남편을 잃었다. 남편의 치과에 강도가 들어 그리되었다. 고등학교 역사 교사 일을 접은 지 얼마 되지 않던 때였다. 많이 아팠으나 아이들이 어려 느낄 겨를이 없었다. 햇볕, 바람, 사람들과 함께 두 아이를 키웠다. 아니, 저절로 컸는지도 모른다.

수지침과 요가로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돌보고, 동양 고전을 읽으며 자신을 돌본다. 남편과 마찬가지로 세상을 떠난 사람 이한열, 그런 인연에 끌려서인지 현재 이한열기념관 관장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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