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만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 감성 에세이
신간 <잘한 것도 없는데 또, 봄을 받았다> 정헌재 지음 (예담)출간
김수종 | 기사입력 2017-08-10 09:25:27


사람이든,

자연이든,

무엇이든,

아무 일 없이 그 자리에 계속 서 있는 것을 봤을 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이 흔들고,

다른 이가 흔들고,

나 자신이 흔들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당신도

나도.

아무 일 없이

그냥 조금 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다.

- 그대로 있어준다는 것

너무나도 단순하고 간단한 그림과 사진 및 편안한 글이 좋은 책이다. 당신으로부터 시작된 계절과 풍경, 위로와 반짝이는 그 무엇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인 <잘한 것도 없는데 또, 봄을 받았다> 정헌재 지음 (예담) 출간되었다.

<포엠툰> <완두콩>부터 <나도 이제 좀 행복해져야겠다>까지 80만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 페리테일 작가의 감성 에세이 신작이다. 그냥 마음 편하게 쉬면서 읽고 혹은 눈으로 감상하면서 천천히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책이다.

사랑하고 있는 혹은 사랑받고 있는 순간, 사랑하는 계절과 사람을 향한 애정을 페리테일만의 감성적인 사진과 손 글씨, 그림으로 그린 이번 책에서는 그간 하지 못했던 내밀한 자신의 이야기를 한 겹 더 펼쳐 보인다.

세상 모든 것들이 말을 건네 오는 순간을 기록하다. <잘한 것도 없는데 또, 봄을 받았다>는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방법들이 담긴 83편의 기록을 담았다. 바람이 부는 방향이 바뀌는 것에서부터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고, 해가 지는 찰나에 쏟아지는 따스한 햇살을 즐긴다.

나에게 좋은 에너지를 구분하고 받아들이는 일, 어떤 때 쉼이 필요한지 알고 멈추는 일, 헤어지기 전에 최선을 다하는 일, 나에게 몰려오는 파도를 즐겁게 타며 어디론가 데려다 줄 다음 파도를 기다리는 일 등 무엇이 나에게 좋은 것인지 명확하게 바라보는 방법을 깨달아간다.

이처럼 나를 관찰하고 돌보는 일은 멈춰 있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내 주위에 함께해주는 선물 같은 사람들,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고 그대로 있어주는 고마운 존재들이 있어 인생이 외롭지 않다.

세상의 속도와 상관없이 나의 속도대로 걷다가 골목길에서 누군가의 애정이 담긴 의자를 마주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내 마음속 평화를 주기 위해 일상의 틈을 만들어내는 작은 노력들이 모여 나에게 봄 같은 하루를 선물해준다. 그리고 그 봄은 굳은 마음을 톡톡 건드리며 뭔가를 시작할 수 있다는 설렘을 안겨준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일들도 어느새 사라지고새로운 바람이 불어온다. 잘한 것도 없는데 나는 또, 봄을 받았다. 2002년의 어느 날, 페리테일 작가는 뻔쩜넷(www.bburn.net)에 그림과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아토피, 심한 비염, 천식 등으로 1년 넘게 병원과 집에만 머물러야 했던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소통이었다.

그때 당신이 나의 서랍에

봄을 넣어두었네.

어떤 서랍에는 꽃을 넣어두었고

어떤 서랍에는 바람을 넣어두었고

어떤 서랍에는 마음을 넣어두었네.

언제든 꺼내보면 다시 봄으로 갈 수 있도록

그렇게 당신이 넣어두었네.

- 그때 당신이

단순한 선으로 그려진 캐릭터와 다정하고 따뜻한 짧은 이야기들은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을 받았고, 첫 책 <포엠툰>은 그렇게 탄생했다. 어느덧 15, 열한 번째 책을 출간하는 페리테일 작가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인생 최악의 순간에 글을 쓰고 만화를 그리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꿈을 이루게 되었다고 말한다.

가장 어둡고 추운 시절에 누가 켜놓은 것인지 모를 불빛을 만났을 때, 정말 이별해야 하는 것을 놓아줄 때, 마음속 소란이 조용해지고 다시 살아갈 힘이 생길 때면 어김없이 봄을 만났다고. 그리고 그 봄은 고마운 당신으로부터 시작되었으니 글과 사진과 그림으로, <잘한 것도 없는데 또, 봄을 받았다>를 통해 다시 돌려보낸다고.

이처럼 작가는 느리더라도 꾸준하게 기록해온 자신의 이야기들을 독자들에게 다시 한 번 띄운다. 그가 쓴 문장들을 가만가만 귀 기울여 듣고 있노라면 어느새 속수무책으로 착해지고 마는 마법 같은 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속도에 휘말려 지쳐버린 어느 날, 스스로에게 충분하다는 위로가 필요하다면 굳은 마음을 말랑하게 풀어버리는 문장들과 마주하길 권한다. 갑자기 추워진 어느 날 밤, 작은 골목 어느 곳에서 의자를 만났다. 잠시 그 의자에 앉았는데 너무 단단하고 흔들림 하나 없이 딱 맞아서 놀랐다.

균일하지 않은 벽에 균일하지 않은 바닥인데 손으로 툭툭 만든 것같이 무심해 보였던 의자가 어떤 비싼 의자보다도 더 잘 만들어진 것 같았다. 이 의자를 만든 사람은 아마도 이 골목을 매우 사랑하는 사람이리라, 이 자리를 좋아하고 어떤 것에 애정을 가질 줄 아는 그런 사람이리라 생각했다.

나는 이 작은 골목, 이 사랑스러운 의자에 앉아

사랑한다는 것,

애정을 갖는다는 것에 대한

생각 하나를 주웠다.

- 애정을 갖는다는 것

<잘한 것도 없는데 또, 봄을 받았다>의 저자인 정헌재 작가는 단순하고 짧은 컷 속에 깊이를 담아내는 대표적인 카툰에세이 작가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뻔쩜넷에서 독자와 소통하며 살고 있다.

1976년에 태어나 국민대학교 금속공예학과와 국민대학교 미술학부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1999년부터 락밴드 사이키 블루에 참여해 노래를 불렀으며, 2002514일 자신의 마음을 그림과 글에 담은 웹사이트 뻔쩜넷(www.bburn.net)을 오픈 했다.

2002년 겨울 가수 린(LYN) 1집 앨범 디자인을 담당했으며 첫 번째 책 <포엠툰>과 두 번째 책 <완두콩>을 발간하여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이후 2004년 여름에 <포엠툰>의 두 번째 이야기이자 작가의 세 번째 책 <포엠툰-두사람 이야기>를 출간했다.

200612월엔 글과 사진으로 희망대한 메시지를 담은 <알고있지만 모르는 것들>, 2007년 겨울엔 <사랑해요 고마워요 엽서북 vol 1>, 2008년 겨울<사랑해요 고마워요 엽서북 vol 2> 등을 펴냈으며, 2003년엔 <포엠툰>, <완두콩>이 대만에서 출간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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