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을 다룬영화,폴뉴먼의 선택...원제 ‘absence of malice’(악의없슴)
‘저널리즘의 윤리’라는 문제를 논의할 때 자주 언급되는 작품
서승만 | 기사입력 2019-04-28 23:08:21

[타임뉴스=서승만 기자] 한 신문기자의 ' 의도치 않은 오보로 인해 궁지에 몰리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이면서 세계영화작품 매스미디어를 다룬 영화다.
그대로 ‘악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언론 매체들은 엄청난 파급력을 바탕으로 무고한 이들을 고통에 몰아넣을 수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영화의 원제인 ‘absence of malice’는 직역하자면 ‘악의 없음’으로 번역 가능하다. 이 말은 저널리스트들이 완벽하게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기사를 작성하여,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개인의 명성을 훼손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 내용을 공식 기사로 작성하기로 결심하게 되는 순간을 묘사하는 윤리적, 도덕적 용어이다.

영화의 내용요약은 이렇다〈아웃 오브 아프리카〉와 〈투씨〉, 그리고 〈야망의 함정〉 등의 작품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시드니 폴락의 1981년 영화. 출연폴 뉴먼, 샐리 필드, 밥 바라반, 멜린다 딜런

한 신문기자의 의도치 않은 오보로 인해 궁지에 몰리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저널리즘의 윤리라는 문제를 진지하게 제기한 작품이기도 하다. 폴 뉴먼이 살인자로 오인받는 주연으로, 샐리 포터가 열정 넘치는 기자로 출연한다.


FBI특별수사반 엘리엇 로젠은 주류판매조합의 노조위원장 조셉 디아즈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악명 높았던 주류업자 토미 갤리거의 아들인 마이클 갤리거를 충분한 증거 없이 우선 수사선상에 놓고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마땅한 증거가 나오지 않아 공식적인 수사를 시작하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에서 엘리엇은 수사의 빌미를 잡기 위해 열정에 넘치는 신문기자 매건 카터에게 이 내용을 의도적으로 넘겨주게 된다.

한편,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매건은 충분치 못한 정보만을 가지고 마이클을 범인으로 몰아버리는 기사를 공식적으로 신문에 내게 된다. 이 기사로 인해 마이클이 조셉 실종 사건의 범인으로 몰리자, 그의 알리바이를 증명하기 위해 마이클의 약혼녀 테레사가 매건을 찾아온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자신의 잊고 싶은 과거가 매건에 의해 공공연하게 사람들에게 공개되자, 테레사는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해버린다.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마이클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자신을 범인으로 몰아세운 검사와 FBI, 그리고 무책임한 기사를 작성하여 자신을 곤경에 빠뜨린 매건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다.

작품해설
감독 시드니 폴락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지역 출신인 부모 밑에서 1934년 미국에서 출생한 이민 2세대 유대인이다. 대학 시절, 연기를 전공한 뒤 로스앤젤레스로 건너가 영화감독이자 TV연출가였던 존 프랭켄하이머의 작업을 도우며 자신의 경력을 시작한다. 이때 첫 번째 TV시리즈 연출작인 〈전쟁 사냥꾼〉을 로버트 레드퍼드와 함께 작업하면서 그와 첫 인연을 맺게 된다.

그 뒤 시드니 폴락은 영화연출로 뛰어들어 1965년 시드니 포이티어, 앤 밴크로프트와 함께 〈가느다란 실〉로 영화감독으로 데뷔한다. 1982년에는 더스틴 호프먼이 여장남자 배우로 출연한 〈투씨〉를, 1985년에는 메릴 스트립, 로버트 레드퍼드와 함께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연출해 아카데미에서 감독상을 비롯하여 7개 부문에서 수상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다.

1990년 〈하바나〉의 흥행 실패 이후 어려움을 겪던 시드니 폴락은 1993년에 톰 크루즈와 함께 〈야망의 함정〉을 연출하여 다시 관객의 사랑을 받기 시작하였으며, 그 이후 〈랜덤 하트〉(1999), 〈인터프리터〉(2005) 등을 연출한다.

시드니 폴락은 특히 배우들의 연기를 끌어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었는데, 제인 폰다, 기그 영, 수잔나 요크, 바버라 스트라이샌드, 폴 뉴먼, 더스틴 호프먼, 메릴 스트립 등 무려 12명의 배우들을 아카데미 배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시키기도 하였다.

한편으로 시드니 폴락은 자신 역시 배우로서의 경력도 꾸준히 이어갔는데, 로버트 알트먼의 〈플레이어〉(1992)나 우디 앨런의 〈부부일기〉(1992), 스탠리 큐브릭의 〈아이즈 와이드 셧〉(1999) 등에도 출연하여 연기를 선보였다.

이 영화의 원제인 ‘absence of malice’는 직역하자면 ‘악의 없음’으로 번역 가능하다. 이 말은 저널리스트들이 완벽하게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기사를 작성하여,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개인의 명성을 훼손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 내용을 공식 기사로 작성하기로 결심하게 되는 순간을 묘사하는 윤리적, 도덕적 용어이다.

이 단어는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1964)’ 사건에 대하여 미국대법원이 내렸던 유명한 케이스에서 파생되었다. 이 사건은 공무원의 공무 집행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발생한 손해배상사건이었으나, 이 사건에서 확립된 책임원칙은 형사사건에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즉 실질적인 악의(actual malice)에 의하거나 사실 여부에 관하여 이를 고려하지 않고 무시하는 경우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그 요지이다.

실제로 주인공 마이클 역을 맡은 폴 뉴먼은 이 영화를 두고 ‘〈뉴욕 포스트〉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언급하였는데, 이것은 〈뉴욕 포스트〉가 이전에 자신에 대한 부정확한 기사를 출판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이에 논란이 일자, 〈뉴욕 포스트〉가 자신의 페이지에서 폴 뉴먼의 이름을 모두 삭제하는 헤프닝을 벌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자가 타이핑한 기사가 출력되어 조판에 앉혀지고, 인쇄를 위한 판형이 제작되고, 인쇄소를 거쳐 독자들의 손에 배송되는 전 과정을 2분여에 걸쳐 꼼꼼하게 보여주는 오프닝 시퀀스는 매우 인상적이다.

우선 이 장면은 영화 이야기의 진행에 있어서 영화의 핵심에 놓인 노조위원장 조셉 디아즈 실종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중간중간 클로즈업되는 신문 기사를 바탕으로 관객이 파악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장면이 신문의 제작 과정을 단계별로 분해해서 보여줌으로써 신문 제작의 메커니즘 이면을 살펴보려는 영화의 의도를 잘 드러내주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 오프닝 시퀀스에는 기자가 실제로 기사를 취재하는 선행 과정은 배제된 채 마치 자동화 기계처럼 인쇄되는 일련의 프로세스만 경쾌한 리듬의 음악과 함께 담겨 있어, 그 안에서 신문기자의 ‘악의 없는 부주의’ 등으로 인한 인재(人災)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쉽게 간과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영화는 바로 그 지점, 매건의 ‘악의 없는 부주의’로부터 시작하게 된다.

시드니 폴락은 영화의 전반부는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메건의 행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진행한 다음, 후반부는 마이클을 중심으로 그가 FBI와 메건에게 복수를 하는 과정을 쫓아간다. 이 안에서 감정을 드러내는 매건과는 달리 마이클의 심리 상태는 거의 배제되어 있는데, 이것은 폴 뉴먼의 건조한 연기로 인해 더욱 강조된다. 때문에 불꽃이 일 듯 잠깐 스치는 매건과 마이클의 러브라인은 더욱 위험하게 느껴진다.

마이클 갤리거(폴 뉴먼) : 악덕 높은 주류업자 아버지 토미 갤리거의 사업을 물려받아 마이애미에서 주류 유통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FBI의 부당수사와 신문기자 매건의 부주의한 오보로 인하여 한순간에 살인자로 몰리지만, 스스로 무죄를 입증하고 이들에게 복수를 감행한다.

매건 카터(샐리 필드) : 열정이 넘치는 신문기자로, FBI가 의도적으로 흘린 정보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하고 기사화하여 마이클을 살인자로 몰아넣는다.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마이클의 혐의를 벗겨주려고 하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된다.

명장면 명대사
- 매건 : 직업을 바꿔볼 생각은 안 해봤나요?
- 선배기자 : 물론 해봤지.
- 매건 : 하지만 직업을 바꾸진 않았군요? 왜죠?
- 선배기자 : 월요일은 늘 화요일과 다르고, 거짓말을 많이 할 필요도 없고, 가끔은 악당도 잡을 수 있거든. 난 진실을 쓰는 법도, 사람들에게 해를 안 주는 방법도 알아. 하지만 둘을 동시에 하는 방법은 알지 못하지. 그건 자네도 마찬가지야.

기자로서 직업적 회의를 느끼는 매건은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지만 선배는 냉소적인 대답만 할 뿐이다. 저널리즘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 마이클 : 자신이 안됐다고 생각해요?
- 매건 : 당신이 내 일을 하찮게 여기는 거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내가 그 일을 잘 못 했을 뿐이죠.
- 매건 : 왜 당신이 북동쪽으로 가는 이유가 딸 때문이란 생각이 들까요?
- 마이클 : (웃으며) 당신은 굉장한 기자인 것 같소.
- 매건 : 아직은 아니에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복수를 끝내고 떠나가는 마이클 앞에 매건이 찾아와 나누는 대화. 매건의 이야기를 통해 여전히 저널리즘은 그 자리를 고수할 것이라는 여운을 남긴다.

이 영화의 음악은 미국의 재즈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데이브 그루신이 맡았다. 1980년대 퓨전재즈 레이블로 유명했던 GRP레코드사의 사장이기도 한 그는 마이크 니콜스의 〈졸업〉을 시작으로 영화음악 작업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데이브 그루신과 시드니 폴락의 인연은 매우 각별한데, 이들은 〈콘돌〉(1975)을 시작으로 〈암흑가의 결투〉(1975), 〈바비 디필드〉(1977), 〈일렉트릭 호스맨〉(1979), 〈선택〉(1981), 〈투씨〉(1982), 〈하바나〉(1990), 〈야망의 함정〉(1993), 〈랜덤 하트〉(1999)까지 총 9편의 영화를 함께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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