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서승만 편집국장] 판·검사 막말은 '사법부의 국민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키는 요인이다.
“엘리트 의식에 빠져 갑질 일상화돼
서승만 | 기사입력 2019-06-25 00:48:17

판검사들의 의뢰인 그리고 변호사들에 대한 막말이 사법부 신뢰는 물론 사법부 근간을 뒤흔드는 매우 위험한 상황까지 다가왔다.

그렇다면 왜 판·검사들의 갑질 문화가 지속되고 있는 것일까. 이들 특유의 우월의식과 집단문화를 꼽을 수 있다.

판·검사들은 조직 내 상관 외에는 누구로부터 지적을 거의 받지 않는다. 외부 집단을 상대로 우월의식을 갖고, 자신들은 실수가 없다는 무(無) 오류주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누군가 판·검사들의 갑질 행동이 잘못이라는 것을 말해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과연 해결방법은 없는 것인지... 이번 [이슈 분석]에서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판.검사들의 막말실태를 각 언론보도를 참고해서 나열해 봤다.

'의뢰인 방어해야 하는 변호사들은 불이익 당할라' 항의 조차도 못해

검사의 경우는 기피신청 제도 자체가 없다. 19대 국회 때인 2013년 정치권에서는 불공정한 수사가 염려될 경우, 변호사가 검사를 교체하는 기피신청을 도입하자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당시 검찰은 기피신청 제도가 도입될 경우 고의적 수사 지연 등 악용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서 ‘을의 눈물’ 흘리는 변호사 /

변호사들, 매년 법관·검사 평가 공개 /

담당 판사 ‘기피신청’ 할 수 있지만 2018년 기피·회피 446건 중 3건만 인용

검사는 제도조차 없어 교체 불가능 / 법관 1명당 처리사건 1200여건 달해

“과중한 업무 해결해야” 목소리 높아...“재판관 평가 인사에 반영을”지적도


2018 작년과 올해만 보더라도 상황은 달라진 게 없다.

"판사 갑질 막아줘요" 시위 나선 법원 직원

MBC 뉴스 영상 자료 캡쳐
작년 법원 직원들이 “일부 판사의 반말 등 ‘갑질’을 막아달라”며 법원 청사 앞 릴레이 항의시위에 나서 눈길을 끈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지위와 신분을 앞세운 갑질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사법부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작년 법원 안팎에 따르면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대전지부 소속 일부 직원은 최근 법원 내부 통신망 ‘코트넷’에 “갑질 판사에 대한 신속하고도 책임있는 조치와 대책을 요구한다”며 여러 차례에 걸쳐 글을 올렸었다.

이들은 글에서 “일부 판사의 잘못된 언행으로 많은 조합원이 상처를 받고 있다”며 “일부 판사가 같이 일하는 직원들에게 반말, 모욕적 언사, 강압적 언행 등을 해왔는데도 법원은 ‘판사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해선 안 된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의사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이 근거로 든 판사의 갑질 사례는 주로 고압적 태도와 막말, 그리고 폭언이다. 구체적으로 직원이 기록을 들고 판사실로 가면 이동식 간이침대인 라꾸라꾸 침대에 누워 손가락만 까딱하면서 ‘어디에 갖다 놓으라’고 지시하는 판사가 있다고 한다. 직원에게 “(기록을) 받을 때에는 두 손으로 받아야 할 것 아니야”, “나랑 한 번 해보겠다는 거야”, “사람이 이야기하면 쳐다봐야 할 것 아니야” 등 막말과 폭언을 퍼붓는 판사도 있다고 한다.

이들은 법원 지휘부를 향해 “갑질하는 판사의 자존심은 지켜주고 당하는 을의 입장은 헤아려주지 않는다”며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약자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 이를 용인하는 조직문화가 바로 적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원 측이 납득할 만한 갑질판사 방지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릴레이 1인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판검사들 막말 사례... “이따위 소송진행이 어디 있냐”… 판·검사들의 막말


-지난해 검사 A씨는 변호사 B씨에게 전화로 다짜고짜 “내가 잘못했다고? 나랑 장난하자는 것이냐”며 소리를 질렀다. B씨가 공소장에 고소 내용과 다른 추가 범죄 사실이 기재된 것을 보고 검사실에 전화해 문의했다는 이유였다. 검사는 B씨에게 “대표를 바꿔라”라고 소리를 지른 뒤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다. 이후 검사가 잘못된 내용으로 수사지휘를 했다는 점이 드러났지만 사과를 받지 못했다.

-2013년 서울중앙지법에서 민사재판 변론을 맡은 변호사 B씨는 판사로부터 심한 모욕을 당했다. 판사는 B씨에게 일어나라고 지시했다. 그 뒤 법정에 있는 다른 사건의 당사자와 방청객을 향해 “지금 이런 사람이 의뢰인의 대리인이라고 앉아서 변론하고 있다”고 호통쳤다.

법정에는 다른 사건의 당사자들과 방청객도 있었다. B씨는 “굉장히 심한 모욕감을 느꼈던지라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무소불위의 판·검사들 ‘갑질’ 앞에 ‘을’의 신세를 한탄하는 변호사들이 허다

의뢰인을 방어해야 하는 변호사들 입장에서는 판·검사들의 안하무인 태도에 속이 부글부글 끓지만 향후 수사·재판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해 항의조차 못 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변호사단체는 판·검사들의 갑질을 막기 위해 법관·검사평가 제도 등을 도입했지만 큰 효과를 못 보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변호사를 상대로 한 판·검사들의 갑질은 주로 막말과 망신주기로 이뤄진다. 이에 전국지방변호사회와 대한변호사협회는 각각 2008년과 2015년부터 매년 법관·검사평가를 통해 우수 사례와 부정적 사례를 공개하고 있다. 변호사들이 자신과 의뢰인에게 갑질을 했던 판·검사들의 사례를 평가 설문항목에 적시하는 것이다. 변호사단체는 이를 취합한 뒤 매년 우수 사례와 부정적 사례를 외부에 공개한다. 사례에 해당하는 판·검사들의 소속과 신상은 명예훼손 등을 우려해 원칙적으로 비공개다.

확인한 부정적 사례에 따르면, 판·검사들은 변호사들을 상대로 모욕적인 발언을 통해 면박을 줬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지난 1월 발표한 ‘2018년 법관평가’에 따르면, 법관들은 변호사를 향해 “경력이 좀 되는 것 같은데 증인신문을 그렇게밖에 못해요? 유도심문이 무엇인지 알고 하냐”, “변호사 한 지 얼마나 됐나. 쓸데없는 질문을 해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변호사에게 말했다. 법정에서 고성과 함께 “이따위 소송 진행이 어디 있느냐?”고 면박당했다는 변호사도 있었다. 당시 법관평가는 변호사 2132명이 참여했다.

검사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재판과 달리 검사 조사는 비공개 공간에서 진행되고, 조사 때 녹음·녹화가 이뤄져도 통상 변호인에게 제공되지 않는다. 판사보다 고압적인 태도가 더 일상적으로 벌어질 수 있는 환경이다.

대한변협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8년 검사평가’에 따르면 한 검사는 의뢰인을 옆에 둔 변호사에게 “입회 처음 오냐? 다른 변호사는 안 그러시는데 왜 그러냐?”며 무안을 줬다.

“변호인이 말 같지 않은 소리를 하네”란 말을 들은 변호사도 있었다.

해당 평가에는 변호사 2192명이 참여했다. 변호사 C씨는 “재판·수사에서 판·검사는 왕”이라며 “판단의 당사자고 엘리트 의식에 빠져 있어 (이들의 갑질은) 변호사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눈 밖에 날까 두려워 속만 끙끙 앓는 변호사들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들은 왜 판·검사들의 윽박에 제대로 항의조차 못 할까.

변호사들은 의뢰인과 자신에 대한 불이익이 두렵다고 입을 모은다. 변호사 D씨는 “당장 의뢰인에게 불이익이 가해질 수 있고, 해당 판·검사를 언제 다시 만날지도 모르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법관·검사평가의 경우, 본인의 실명을 인증하고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써서 되레 변호사 신상이 드러날 위험성도 높다. 변호사 E씨는 “2016년 수도권의 한 검사가 무고죄로 고소된 여성에게 ‘당신이 남자를 옆에 끼고 논 것 아니냐’고 말했고, 검사평가에서 해당 내용을 적시했다”며 “이후 해당 검사가 전화해 ‘왜 이상한 것을 적느냐’고 호통쳤다”고 전했다.

신상 공개를 감수하고, 평가에 참여해도 판·검사들에겐 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 외부 평가로만 그칠 뿐 판·검사 정기 인사에 반영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변협은 2017년 정치권과 함께 법관평가를 정기 인사에 반영하도록 법원조직법 개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행정처는 객관성 문제 등을 들어 국회에 공문까지 보내며 강하게 반대했고, 해당 개정안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을’의 위치인 변호사 입장에서 판·검사의 눈 밖에 나면 당장 해당 수사·재판에서 벌어지는 불이익은 피할 수 없다. 의뢰인 방어도 요원해진다. 수사·재판 도중 담당 판·검사들을 바꾸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18조에 따르면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때 변호사는 담당 판사를 교체하는 기피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기피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희박하다. 이날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확인한 ‘기피·회피 신청 인용률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지방법원(민사·형사)에서 처리된 기피·회피 446건 중 인용된 것은 3건에 불과하다.

검사의 경우 기피신청 제도 자체가 없다. 19대 국회 때인 2013년 정치권에서는 불공정한 수사가 염려될 경우, 변호사가 검사를 교체하는 기피신청을 도입하자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당시 검찰은 기피신청 제도가 도입될 경우 고의적 수사 지연 등 악용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법관평가의 정기 인사 반영, 판·검사 업무 경감 필요”


법조계에선 법관평가를 정기 인사에 반영해 갑질 판사를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변호사가 불공정한 수사가 염려될 경우 담당 검사에 대한 기피신청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근본적으로 판·검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명의 판·검사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릴 경우, 신속한 수사·재판을 위해 변호사에게 고압적인 태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매년 변호사가 관할법원의 재판관에 대해 평가하고, 평가 결과는 인사 평가권자인 소속 재판소장에게 제출된다. 이후 재판소장은 평가 결과를 토대로 인사 반영 여부를 결정한다. 미국 알래스카주의 경우 변호사 3인과 비변호사 3인, 대법원장으로 구성된 사법협의회를 통해 법관을 평가하고 시민들에게 평가 결과를 제공한다. 서울변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변호사단체에서 하는 평가를 통해 우수 법관으로 선정될 경우, 이를 법관 내부 평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판·검사들의 업무 과중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판·검사 1명당 맡는 수사·재판이 많은 상황에서 변호사들이 무리하고 법리에 맞지 않는 주장을 할 경우, 강하게 제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17년 서울중앙지법 법관 1명당 처리사건 수는 1233.9건으로 2011년 888.2건 대비 6년 만에 크게 늘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판·검사들의 갑질에는 이들이 가진 우월의식이 문제”라면서도 “법원의 경우, 판사 1명에 대한 업무가 가중돼 변호사가 무의미한 준비서면 등을 제출할 경우 꾸짖음의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판·검사들의 갑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이들의 업무 과중을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경지법의 한 법관도 “법관 수는 부족한데 외부에서는 재판을 빨리 진행하라고 한다”며 “변호사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 없고, 변호사가 기본적인 절차를 몰라 재판이 지연되면 진행자 입장에서 꾸짖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제49대 대한변협회장 김현 변호사 “‘갑질’ 판·검사 실명 공개해야”

제49대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낸 김현(사진) 변호사는 19일 “나쁜 평가를 받은 판·검사들의 이름을 공개해 ‘갑질’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는 판·검사들을 견제해야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막말을 일삼는 등의 갑질 행태를 뿌리 뽑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이날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세창 사무실에서 세계일보와 만나 “법관 평가를 인사에 의무 반영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3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김 변호사는 2009년 90대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거쳐 2017년 2월부터 지난 2월까지 대한변협 회장을 지냈다. 현재 법무법인 세창 대표 변호사를 맡고 있다. 특히 그가 협회장이었던 2017년 대한변협은 정치권과 함께 법관 평가를 인사에 의무적으로 반영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의 입법화를 추진했다. 김 변호사는 판·검사들의 변호사를 상대로 한 갑질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법관·검사 평가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판·검사들의 직책과 이름을 전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평가 결과는 외부 공개 시 익명을 원칙으로 한다. 그는 “문제가 된 판·검사 이름을 공개해야 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며 “이름을 공개해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알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름이 공개된 판·검사들과의 마찰은 없을까. 실제 대만 변호사협회는 문제가 된 법관들의 이름을 공개해 이들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단호했다. 그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만약 소송을 걸어도 (회원 변호사를 위해) 대한변협으로서는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평가를 정식 인사에 반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판·검사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인사”라며 “만약 변호사 단체의 평가가 인사에 정식으로 반영된다면 경쟁으로 여기고 (변호사들에게) 잘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연 1회 실시하는 법관·검사평가를 매달 진행하고, 법관의 경우 법정마다 신문고를 달아 법원장에게 곧바로 제보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법관 기피신청 제도도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기피 제도가 활성화되면 막말 등 갑질이 줄어든다”며 “(기피 인용 여부를 기피신청 대상 재판부가 결정하는) 현행 방식은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사와 시민, 언론 등이 포함된 외부의 기피판정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법관의 경우처럼 검사 기피 제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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