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내년 513兆 초슈퍼예산…재정건전성, 마지노선에 '바짝' 
이승근 기자 isg2393@hanmail.net
기사입력 : 2019-09-01 23:34:52
법인세가 올해 예산 대비 18.7% 주저앉을 전망 

[타임뉴스=이승근 기자] '경제 회생'을 목표로 사상 최초 510조원을 웃도는 '초슈퍼예산'이 짜인 가운데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쓸 돈은 많지만 들어올 돈은 적어서다. 건전성 관련 지표가 심리적 마지노선이자 정부가 관리 목표로 설정한 수준에 바짝 다가섰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첫 500조 돌파…2년째 총지출 증가율 9%대 확장 재정 "고령화에 복지지출 계속 늘텐데…세수 확보 우려스러워"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이 -3.9%까지 오르는 건 우려

부족한 돈을 메꾸기 위해 내년 중 정부가 발행할 국채는 역대 최대 규모다.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우리 정부는 올해(469조6000억원)보다 9.3%(43조9000억원) 증가한 513조5000억원을 정책 집행에 사용할 계획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올해(9.5%)에 이어 총지출 증가율은 2년 연속 9%대에 머물면서 확장 재정 기조를 이어갔다. 분야별로 보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이 묶여 있는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부문에서 27.5%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일자리(21.3%), 환경(19.3%), 연구·개발(R&D, 17.3%), 사회간접자본(SOC, 12.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정부는 29일 올해 본예산 469조6000억원보다 43조9000억원(9.3%) 늘어난 513조5000억원 규모의 '2020년 예산안'을 확정했다. 

 향후 5년간의 계획도 확장적이다. 정부는 2019~2023년 재정 지출이 연평균 6.5%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재정 건전성 관리를 위해 2021년(6.5%)과 2022년(5.2%), 2023년(5.0%)엔 증가율을 점차 하향하겠다는 목표가 반영된 수치다. 

연금·건강보험 등이 포함된 의무지출 증가율(6.1%)보다 재량지출(6.9%)의 증가율이 컸다. 복지 정책에 쓰이는 법정 지출 외에 정부 재량으로 조정할 수 있는 지출을 더욱 확장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의지다. 문제는 세수다. 

정부는 내년 국세가 292조원 걷힐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294조8000억원) 대비 2조8000억원(0.9%) 감소한 수준이다. 재정 분권에 따른 지방으로의 이전분(5조1000억원)이 있지만 정부 예상대로라면 2013년 이후 6년만에 국세 세입이 뒷걸음질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소득세 다음으로 비중이 큰 법인세가 올해 예산 대비 18.7% 주저앉을 전망이다. 

반도체 업황이 부진하면서 주요 대기업들의 영업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내년 예산안은 올해 보다 9.3% 늘어난 513.5조원으로 책정됐다.이에 재정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총지출에서 총수입을 뺀 통합재정수지가 내년 5년만에 적자로 돌아서게 된다. 과거 통합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던 때는 세수 불황을 겪었던 2015년을 제외하면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 정도다. 

적자의 폭은 내년 31조5000억원에서 2021년 41조3000억원, 2022년 46조1000억원, 2023년 49조6000억원으로 가파르게 불어날 전망이다. 재정 건전성 관리의 척도가 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비율도 같은 기간 -1.6%, -2.0%, -2.1%, -2.2%로 커진다. 우리나라에선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도 함께 발표하고 있다. 

국민연금 등은 미래 지출을 위한 것이어서 수치의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럽연합(EU)의 재정준칙에선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를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도 이를 받아들여 중·장기적 재정 관리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런데 이 수치가 내년에 -3.6%로 단숨에 관리 목표를 넘어설 전망이다.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3.6%)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2021~2023년엔 -3.9%까지 치솟는다. 

 부족한 재원은 빚으로 충당한다. 내년 적자 보전을 위한 국채 발행 규모는 60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33조8000억원)의 2배 가까이 뛴다. 

국가채무는 내년 사상 처음으로 800조원을 넘어서고 3년 후엔 1000조원마저 웃돌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의 비율은 내년 39.8%로 정부 관리 목표(40%)의 턱밑까지 오른다. 2011년 처음으로 30%대에 진입한 채무비율은 10년간 이를 유지하다 내후년엔 40% 선까지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엔 42.1%, 2022년엔 44.2%, 2023년엔 46.4%로 상승 속도는 더욱 가팔라진다.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판단하는 명료한 기준은 없지만 그간 심리적 방어선으로 기능해 왔던 '채무비율 40%, 관리재정수지 비율 3%'가 무너지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최병호 부산대 교수는 "정부 입장에선 재정을 활용해 어려운 경제 상황을 타개해 나가는 것이 불가피한 선택이었겠지만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이 -3.9%까지 오르는 건 우려스럽다"며 "고령화 등으로 향후 복지 관련 지출이 계속해서 증가할텐데 경제가 안정되고 세수가 제대로 걷히지 않는 이상 중·장기적으로 버텨내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비 양호하다고는 하지만 당장 지속적인 세수 확보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 유보적인 입장"이라고 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에스토니아(9%), 룩셈부르크(23%), 멕시코(38%)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의 채무비율이 우리나라보다 높다. 일본은 233%에 달하며 미국(136%), 프랑스(112%), 벨기에(108%) 등은 100%를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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