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뉴스=이승근 기자] '경제 회생'을 목표로 사상 최초 510조원을 웃도는 '초슈퍼예산'이 짜인 가운데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쓸 돈은 많지만 들어올 돈은 적어서다. 건전성 관련 지표가 심리적 마지노선이자 정부가 관리 목표로 설정한 수준에 바짝 다가섰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이 -3.9%까지 오르는 건 우려
부족한 돈을 메꾸기 위해 내년 중 정부가 발행할 국채는 역대 최대 규모다.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우리 정부는 올해(469조6000억원)보다 9.3%(43조9000억원) 증가한 513조5000억원을 정책 집행에 사용할 계획이다.
향후 5년간의 계획도 확장적이다. 정부는 2019~2023년 재정 지출이 연평균 6.5%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재정 건전성 관리를 위해 2021년(6.5%)과 2022년(5.2%), 2023년(5.0%)엔 증가율을 점차 하향하겠다는 목표가 반영된 수치다.
연금·건강보험 등이 포함된 의무지출 증가율(6.1%)보다 재량지출(6.9%)의 증가율이 컸다. 복지 정책에 쓰이는 법정 지출 외에 정부 재량으로 조정할 수 있는 지출을 더욱 확장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의지다. 문제는 세수다.
정부는 내년 국세가 292조원 걷힐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294조8000억원) 대비 2조8000억원(0.9%) 감소한 수준이다. 재정 분권에 따른 지방으로의 이전분(5조1000억원)이 있지만 정부 예상대로라면 2013년 이후 6년만에 국세 세입이 뒷걸음질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소득세 다음으로 비중이 큰 법인세가 올해 예산 대비 18.7% 주저앉을 전망이다.
반도체 업황이 부진하면서 주요 대기업들의 영업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내년 예산안은 올해 보다 9.3% 늘어난 513.5조원으로 책정됐다.이에 재정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총지출에서 총수입을 뺀 통합재정수지가 내년 5년만에 적자로 돌아서게 된다. 과거 통합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던 때는 세수 불황을 겪었던 2015년을 제외하면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 정도다.
국민연금 등은 미래 지출을 위한 것이어서 수치의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럽연합(EU)의 재정준칙에선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를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도 이를 받아들여 중·장기적 재정 관리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런데 이 수치가 내년에 -3.6%로 단숨에 관리 목표를 넘어설 전망이다.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3.6%)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2021~2023년엔 -3.9%까지 치솟는다.
부족한 재원은 빚으로 충당한다. 내년 적자 보전을 위한 국채 발행 규모는 60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33조8000억원)의 2배 가까이 뛴다.
2021년엔 42.1%, 2022년엔 44.2%, 2023년엔 46.4%로 상승 속도는 더욱 가팔라진다.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판단하는 명료한 기준은 없지만 그간 심리적 방어선으로 기능해 왔던 '채무비율 40%, 관리재정수지 비율 3%'가 무너지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비 양호하다고는 하지만 당장 지속적인 세수 확보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 유보적인 입장"이라고 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에스토니아(9%), 룩셈부르크(23%), 멕시코(38%)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의 채무비율이 우리나라보다 높다. 일본은 233%에 달하며 미국(136%), 프랑스(112%), 벨기에(108%) 등은 100%를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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