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뉴스분석/ 일본언론 반응 주목]아베에 먼저 손내민 문 대통령…어떤 변화를 줄 것인가?
서승만 기자 smseo67@naver.com
기사입력 : 2019-11-04 20:50:25
아베 “청구권협정에 관한 원칙 바꾸지 않는다”...우리 정부의 깊은 고민과 자존심 유지될까?

[타임뉴스=서승만 편집국장]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이날 태국 방콕에서 단독 환담을 가졌다.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이후 13개월여 만이다. 일본 언론들은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 국가) 제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선언 등 한·일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뤄진 정상 간 환담에 의미를 부여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일본 총리가 4일 오전 태국 방콕 임팩트 포럼에서 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두 정상 모두 양국 당국 간 대화가 계속돼야 한다는 데는 공통된 인식

문 대통령, 아베와 11분간 단독 환담…청와대 “우호적인 분위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4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관한 원칙을 우리가 바꾸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고 일본 측이 밝혔다.

NHK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태국 방콕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 도중 문 대통령과 만나 한국 내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 대법원의 징용피해 배상 판결에 대해 한일청구권협정 위반이자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한국 측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 아베 총리의 이날 발언 역시 이 같은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과 대기실에서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던 도중 문 대통령과도 악수를 하고 약 10분 간 소파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이날 환담엔 양측 통역만 배석했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먼저 이 자리에서 지난주 모친상을 당한 문 대통령에게 조의를 표하고, 지난달 22일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즉위 선언 행사에 한국 정부 대표로 이낙연 국무총리가 파견된 데 대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도 아베 총리의 조의 표명 등에 사의(謝意)를 표시했다고 한다.

이어 아베 총리는 한일관계와 관련해 “양국 간에 매우 곤란한 과제에 대해 우리 입장은 이 총리에게 전한 것과 같다”면서 “한국과의 관계는 중요하고, 북한에 대한 대응은 한일·한미일의 연대가 극히 중요하다. 계속 당국 간 대화를 이어가자”고 말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도 “나 자신도 같은 인식”이라면서 “양국 간 협력 촉진이 극히 중요하다. 세계경제와 북한 문제에서도 한층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고 일본 측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양국 간의 어려운 과제도 대화에 의해 해결하고 싶다”면서 “지금까지의 대화 위에 서서 더욱 더 대화 수준을 높여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청구권협정에 관한 원칙을 바꾸는 일은 없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은 환담 말미에 나왔다고 한다. 

다만 아베 총리는 문 대통에게 “대화는 계속해가자”고 말해 두 정상 모두 양국 당국 간 대화가 계속돼야 한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했다고 NHK가 전했다.

그렇다면 아베가 말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기존 입장이 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인지 알알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일관되게 강제동원된 위안부는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자 일본군 ‘위안부’였던 김학순 할머니는 1991년 8월 14일 세계 최초로 위안부 피해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고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 있는 증언을 통해 위안부 문제가 일본의 조직적인 범죄행위이고 위안부 할머니는 그 반인륜적인 범죄의 피해자임을 각인시키게 된다. 

그 후 우리나라를 비롯해 필리핀과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위안부 관련 증언들이 나왔다. 위안부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조직적 범죄행위로 규정지어지게 되었다. 이렇게 문제가 확대되자 아베 정권은 박근혜 정부와 급하게 위안부와 관련한 합의를 하게 되는데 당사자들의 동의가 없는 상황에서 반발은 거세어지게 된다.  

위안부 문제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 바로 지금 한일갈등의 원인이 된 일제 강제징용 문제인데 당시 피해자가 가해자인 미쯔비시를 상대로 일본법원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으나 일본 법원은 강제징용을 인정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이 우리나라에서 다시 소송을 제기했으나 1, 2심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 와서 사법농단이라는 기괴한 과정을 거친 대법원은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자 일본의 아베 총리는 발끈했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강제징용이라는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르고도 국가적 위신이 추락한다는 이유로 혹은 이를 인정할 경우 배상할 돈이 천문학적일 것이라는 이유로 반발하게 된다.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그렇게 자유무역 확대를 주장했던 일본은 합의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자신의 발언을 뒤집는 행동을 하게 된다. 특정 품목의 한국 수출을 제한하겠다는 것이고 곧 경제전쟁이 발발했다. 아베의 주장은 간단하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때 강제징용 문제도 포함돼 있어 또 다시 배상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문제' 다룬것인가? 

그러나 한일청구권협정에는 엄밀히 따져보면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배상은 포함되지 않았다.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문제는 1965년 협정 당시에는 논의의 대상이 아니었다. 

위에서 살펴 본바와 같이 위안부 문제는 1991년에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통해서 비로소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위안부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것은 위안부 문제를 일관되게 부정해온 일본만이 아니라 위안부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자료가 없었던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아베 정부가 2015년 박근혜 정부와 위안부 합의를 한 것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새로운 증거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일청구권협정에서 포함되지 않았고 그 이후에 위안부 문제가 불거졌기에 새로이 협상을 한 것이다. 

이런 논리와 상식이라면 강제징용 문제 역시 위안부문제와 전혀 다를 바 없다고 보는 것이 맞는 것이다. 한일청구권협정 당시에는 반인륜적 범죄인 강제징용에 대한 배상은 논의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위안부와 마찬가지로 한일청구권협정 이후에야 강제징용이 사회적 문제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일본은 한일청구권협정에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이후에 밝혀진 새로운 사실에 대한 배상으로 강제징용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 그리하여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진정어린 사죄를 하고 그 피해에 대한 충분한 배상을 해야 한다. 이것이 꼬인 한일관계를 푸는 첩경이다"라고 강경한 입장울 고수하며 일본과 첨예한 대립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본언론들의 반응 주목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자 일본 언론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단독 환담을 보도하며 지난 7월 일본 정부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를 단행한 뒤 양국 갈등이 수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뤄진 두 정상의 만남이 교착상태를 타개할지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일부에선 이번 기회로 일본의 입장을 더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일본 외무성 역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아베 총리는 아세안+3 정상회의가 열리기 전 정상대기실에서 문 대통령과 단 둘이 약 10분간 대화를 나눴다”며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한·일) 양자 문제에 관한 우리나라(일본)의 원칙적 입장을 확고하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요미우리신문은 “징용공들의 청구권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재차 설명하고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한국 대법원 판결이) 국제법을 명확하게 위반하고 한국 측에 시정을 요구하는 일본의 입장을 재차 전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이날 태국 방콕에서 단독 환담을 가졌다.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이후 13개월여 만이다. 일본 언론들은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 국가) 제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선언 등 한·일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뤄진 정상 간 환담에 의미를 부여했다.

닛케이는 “일본 정부가 지난 7월에 반도체 재료 등 수출관리를 엄격화한 이후 두 정상이 만나는 것은 처음”이라며 “지난 6월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와 9월 유엔 총회에서도 한·일 정상회담이 보류됐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징용 문제를 둘러싸고 한·일 관계가 냉각된 상황에서 아베 총리와 문 대통령이 만났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전날 웃는 얼굴로 악수를 나눴다며 환담 이전에 대화 무드가 조성됐음을 시사했다.

23일 0시부터 만료되는 지소미아의 연장 여부와 관련해도 기대감을 내비쳤다. 아사히는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는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지소미아 만료 시한인 23일 0시전까지 만날 마지막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반면 양국 정상의 온도차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산케이는 “문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보다 고위급 협의를 갖는 방법도 검토하자’고 했다”며 “반면 아베 총리는 ‘모든 가능한 방법을 통해 해결법을 찾도록 노력하자’고 응했다”고 전했다. 아사히는 “문 대통령이 아세안 각국 정상과 일·중·한 정상회담 직전에 회담을 촉구했다”며 “강제징용 소송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한국 측은 아세안 정상회의에 맞춰 지난해 9월 이래 끊어진 정상회담을 열고 싶어 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최대 포털 야후재팬의 정치 저널리스트 아즈미 아키코는 “공식회담이 아니라 사적회담이지만 한·일 외교의 물밑 노력이 상당했을 것”이라면서도 “논의가 첫걸음이지만 양국 관계개선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대화의 문이 열린 것을 통해 주장을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며 “관계 개선 요구는 한국 국내에서 더 올라와있을 것이므로 절호의 기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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